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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날만큼 평온하고 감사한 일상으로의 복귀

호주에서 배운 평범한 일상의 가치

by 오후의 햇살


개학 전 날, 수업순비를 하려고 등교했더니 책상 위에 누군가 맛있는 초콜릿을 남겨두었다. 호주 국외연수를 갔을 때 마트에서 자주 보던 초콜릿이라 '혹시 연수에 같이 갔던 선생님들 중 한 분이 놓고 가셨나..?' 잠시 생각했지만 한 달간의 짧은 친분으로 우리 학교까지 찾아와 초콜릿을 두고 간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한참을 누구일까.. 고민했는데 개학날 아침, 기분 좋은 메시지에 궁금증이 풀렸다.



우리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고 있는 원어민 친구가 여름방학에 본국인 영국으로 여행을 다녀와서 나에게 작은 선물을 가져다준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따뜻한 친절에 마음이 환하게 밝아오면서 너무나 행복해졌다. 그래서 나도 이 기분 좋은 친절에 보답을 하고 싶어 호주에서 사 온 귀여운 코알라 키링을 들고 4층 영어실로 올라갔다.


원어민 친구와 뜨거운 포옹을 하고, 속사포로 랩을 하듯 영어로 그간 서로의 근황을 빠르게 전한 뒤 나의 선물을 전했다. 친구는 너무나 행복해하며 입꼬리는 올리고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진심으로 감동한 표정을 보였다.




그러고는 바로 자기 가방에 코알라 키링을 달았다고 인증샷까지 보내주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코알라 키링을 하나씩 선물해 주고, 호주 초콜릿도 맛 보여주었더니 아이들이 너무나 행복해했다. 그 모습에 나까지 덩달아 행복해졌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선생님께 찾아와도 되냐고, 같이 밥도 먹고 선물도 드리고 싶다는 아이들의 말에 당연히 된다고, 어른이 되어 찾아오면 선생님이 스테이크를 사주겠다고 했더니 환호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또 기쁨이 가슴 가득 차올랐다.



옆반 친한 언니 선생님은 연구실에 맛있는 커피를 사다주었다. 나도 호주에서 사온 마카다미아를 가져다놓고, 5반 선생님도 영국에서 사오신 쿠키를 가져오셨다. 실로 사랑이 넘치는 동료들이다.



수업을 마치고 학급담임으로서, 학년부장으로서 열심히 일한 뒤 퇴근하고 집에 왔더니 택배 상자가 문 앞에 세 개나 쌓여있었다.


누가 보낸 걸까, 하고 상자를 뜯어봤더니 고등학교 친구와 지난 학교에서 만난 친구가 각각 선물을 보내왔다.


호주에서 너무 많이 고생하고 왔는데 이거 보고 힐링하라며, 깜짝 선물을 보내온 것이다. 순간, 아.. 내가 친구들을 늘 더 생각해 주려고 노력했지만 나는 이 친구들의 바다 같은 마음에 늘 미치지 못하는구나 하는 마음에 울컥하고 너무 감동이었다.


스페인, 네덜란드, 파리 등 각국에서 기념품을 사서 보내준 고등학교 친구와, 여자는 기분 안 좋을 때 예쁜 립스틱을 바르면 힐링된다고 립스틱 세트를 보내준 학교 친구의 마음에 눈물이 날 만큼 고맙고 행복했다.




저녁 8시쯤, 감기에 걸려 약을 먹고 까무룩 잠이 든 아이를 눕히고 나도 호주에서 사 온 선물을 정성껏 포장해서 친구에게 편의점 택배로 부쳐주었다.



맞아, 이게 내 일상이었지..

이렇게 따뜻하고 온화하고 배려심 가득한 사람들 속에서 그들과 교감하고 기쁨과 아픔을 나누며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끼는 하루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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