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세번째 작품 <낮달>을 소개합니다.
고양이가 모두 사라진 섬마을로 떠나는 수아, 석우는 그런 수아를 도와주려 하지만 되려 방해만 된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싫어하는 마음은 그전에 태어난 작은 마음들이 모여 붙은 것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대상을 좋아하겠다는, 싫어하겠다는 결심이 만들어낸 이유들일 때도 있다. 이 결심은 모든 마음의 중심에 자리해서 움직이는 마음들이 꼭 거쳐가는 곳, 또는 종착지가 된다. 이처럼 큰 힘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는 세상을 한없이 아름답게 볼 수도, 절망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낮달>에서 수아는 고양이가 모두 사라진 섬마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일찍이 집을 나서고, 석우는 그런 수아를 도와주려 함께한다. 촬영 내내 보이지 않는 고양이와, 그런 고양이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 그리고 수아를 도와주려는 석우의 행동이 수아에게 뒤틀려 닿게 되는 모습들은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결심의 모양이 어떤지 가늠하게 한다.
수아의 그런 결심을 깨뜨려 준 것은 석우였다.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촬영하는 수아의 주위에 함께하려는 석우는 마치 낮에 떠있는 달처럼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존재하며 수아를 비추고 있었다. 항상 같은 곳을 맴돌던 수아의 마음에, 석우의 마음이 닿을 수 있었던 건 사랑이지 않을까. <낮달>은 존재하지만 알아차리기 어려운 존재에 대해 말한다. 우리가 가끔씩 그런 존재를 알아차리는 순간들은 그들이 꾸준히 주던 사랑이 마침내 나에게 와닿은 순간이라는 것을 환하고, 따뜻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