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자신을 지키려는 마음의 신호, 불안

2부 존중받지 못한 감정들, 그림자가 되다.

by 한아름

나는 늘 긴장 상태였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다른 아이들은 편하게 앉아 있는 시간에도, 나는 늘 주변을 살폈다.

문 열리는 소리, 발소리, 방문 여는 힘의 강도까지.....

엄마가 기분이 좋은 날이면 하루가 평온했고,

엄마가 조용하면 모든 게 조심스러워졌다.

그날의 분위기를 읽는 게 하루의 시작이었다.

“기분 안 좋아 보여. 오늘은 말 조심하자.”
“엄마가 피곤한가 봐. 도와드려야겠다.”
그렇게 나는 ‘엄마의 기분을 읽는 아이’가 되었다.

말을 꺼내기 전에 분위기를 파악하고, 상대의 얼굴을 살피고,
내가 해도 될 말인지 수없이 점검했다.

엄마가 입을 꼭 다물고 여기저기를 둘러보면 머리가 하얘지고 심장은 방망이질을 했다.


나는 지금도, 누군가의 감정을 책임지려 할 때가 있다. 관계 속에서 종종 마음을 졸인다.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내가 먼저 눈치챘더라면,
그랬다면 아무 일 없었을 텐데…

그런 마음은 몸에도 흔적을 남긴다.
어깨가 늘 굳어 있고, 밤엔 쉽게 잠들지 못한다.
하루가 끝나면 이상하게도 ‘수고했어’가 아니라

‘무사해서 다행이다’가 먼저 떠오른다.


그 시절, 나는 몰랐다. 이게 ‘불안’이라는 감정이라는 걸.

무섭고 외로웠던 그 순간의 감정이 나를 보호하기 위해 불안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그리고 그 불안은 지금도 종종 나를 찾아온다.



현지 씨는 지쳐 있었다.

“저는 아침에 출근하려고 일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마음이 지쳐 있어요.”
그녀는 7살 이후로 한 번도 부모 앞에서 울어본 적이 없다.
울면 엄마는 더 크게 혼냈고 자리를 피해버렸다.

그때부터 현지 씨는 혼날까 봐, 귀찮게 하면 엄마가 떠날까 봐 엄마의 감정에 맞추며 늘 웃고 공부만 열심히 하는 ‘착한 아이’로 살았다.


“너는 왜 그렇게 걱정이 많아?”

대학생 때 친구가 현지 씨에게 했던 말이다.
처음엔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
하지만 곧 인정하게 됐다.
“맞아, 난 항상 미리 걱정하고 있었어.”


휴대폰 진동이 울리면 ‘무슨 일 생겼나?’부터 생각한다.
모임이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혹시 늦나?” “혹시 내가 민폐일까?”
머릿속 시나리오가 멈추질 않는다.


현지 씨는 한 번도 마음 편히 쉬어본 적이 없었다.

“요즘 아무 일이 없어도 가슴이 두근거려요. 늘 뭔가 잘못될 것 같고, 나에게 실망할까 봐 두려워요.”

어렸을 때 형성된 불안이 지금도 현지 씨의 마음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상대의 감정이 편안해야 자신의 감정도 편안하기에

상대의 감정에 맞춰주느라 애썼던 마음이 불안이 되어

지금도 현지 씨와 함께 하고 있었다.


종수 씨의 말이 기억난다.
“불안이 제 기본 감정 같아요. 늘 뭔가 잘못하고 있는 기분이에요.”

종수 씨는 팀장이다. 일도 잘하고, 책임감도 강하다.
하지만 매일 퇴근길엔 지쳐 쓰러진다.


“새로운 일이 생기면 잠을 못 자요. 확인해도 불안해서 새벽에도 나가서 다시 체크를 하곤 해요."

"혹시 내가 실수했나"
"혹시 뭔가 빠트리지는 않았을까…”

종수 씨는 지금도 지적받지 않기 위해 긴장하며 살아간다.


종수 씨의 엄마는 그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완벽하기를 바라서 지적을 하셨다. 잘하는 것은 기본값이라고 생각해서 특별한 말이 없었지만 잘 못했을 땐 끝없는 잔소리가 날아들었다.
" 엄마는 따뜻하지만, 가끔은 무섭게 차가웠어요."
그때부터, “실수하면 비난받는다. 자신은 늘 실수하는 사람이다."는 생각이 늘 그와 함께 하고 있었다.

불안은 지금도 종수 씨 안에서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작동하고 있다. 해내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 완벽하려고 끝없이 체크하는 모습으로.



불안은 ‘감정’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때 우리는 누군가의 기분을 살피고,
내 감정을 접고,
상대에게 맞추며 살아남을 수 있었나 보다.


그렇게 길러진 불안은 지금도 우리 안에 살고 있다.
실수를 피하기 위해,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
미리, 먼저, 조심하는 습관이 된 것이다.

“불안은 약함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려는 마음의 신호였다.”


우리는 때론 오해한다.
불안은 성격 탓이라고.
하지만 그 감정은 대부분
누군가의 사랑 앞에서 조심했던 시간이 쌓여서 만들어진다.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기보다
그 마음에 이렇게 알아주는 건 어떨까.

“그때 너는 많이 무서웠구나. 이제는 내가 너랑 함께 있어 줄게.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해"

누군가 함께만 있어도 덜 무서울 것 같다. 덜 외로울 것 같다.

“그때 불안했던 너, 이제는 내가 널 이해해 줄게.”



-나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이야기로-


혹시 당신도,
누군가의 굳어진 표정에 혼자 ‘불안’해진 적 있나요?
조용히 있던 상대에게 괜히 “내가 뭐 잘못했어?” 물었던 적 있나요?
누군가의 칭찬에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한 적 있나요?

작은 잘못에도 무서워서 밤을 설친 적이 있나요?


그 불안은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이 그때 최선을 다해 살아남으려 했던 증거예요.

그리고 지금,
당신은 그때보다 훨씬 더 안전한 곳에 있어요.


불안한 날도 괜찮아요.
그날의 나를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안전한 나로 살아갈 수 있어요.


#그때 나는 불안했구나 #감정의 그림자 #감정회복일기 #내면아이치유 #눈치보는나 #감정을 말하는 연습 #내 마음 들여다보기#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내 감정의 주인은 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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