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미처 울지 못한 마음이 보내는 신호, 슬픔

2부 존중받지 못한 감정들 그림자가 되다.

by 한아름

"그때 나는 슬펐구나"

초등학교 3학년 겨울 방학 첫날 아침.
동생과 싸웠는데 엄마는 나를 현관 밖으로 내쫓았다.

양말도 신지 않은 발로,
그대로 얼어붙은 바닥에 서 있었다.

들여보내 달라고 애원하고 울었지만

엄마는 옆집 창피하다며 조용히 하라고 하곤 현관문을 닫아버렸다.
나는 들어오라고 할 때까지 울지도 못하고 덜덜 떨고 있었다.

울면 반성하는 시간이 더 늘어날 것 같아서 그저 현관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울지 않으려고 했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우는 사람에게는 산타할아버지 선물을 안 준대요."라는 루돌프사슴코와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라는 들장미 소녀 캔디가 나의 주제가가 되어 버렸다.

슬퍼도 웃는 연습, 속상해도 참는 시간이 늘어났다.


지금도 문득문득 이유 없이 무기력해질 때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가라앉고 싶고, 사람을 피하고 싶고,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진다.


예전엔 몰랐다. 이런 감정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근데 요즘은 안다.
그건 지금의 내가 아니라,
그때 미처 울지 못한 나가 보내는 신호라는 걸.


감춰둔 슬픔은

언젠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다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몸 어딘가, 마음 어딘가에 눌러앉는다.
그리고 언젠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고개를 든다.


어느 날은
아무 말도 아닌 말에 상처받고,
어느 날은
혼자 있는 게 너무 쓸쓸하고.
누구를 원망하지도 못하면서,
내가 이상한 사람인 것 같아 자책하게 된다.


기억 속 슬픔이 지금의 삶에 남긴 흔적들

윤주 씨는 아홉 살 겨울, 아빠를 떠나보냈다.
그날, 장례식장에서 다들 울었지만 윤주 씨는 울지 않았다.
“울지 마. 울면 엄마는 더 힘들어.”
그 한마 디에, 아이는 감정을 내려놓았다.

그 후로도 그녀는 눈물을 잘 흘리지 않았다.

기쁜 일도, 속상한 일도, 그저 담담했다.

그래서 편하기도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관계에 어려움이 있다.

“내가 너무 무표정한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감정을 보이면 불편해질까 봐, 애써 괜찮은 척해요.”


영우 씨는 중학교 시절, 친구에게 배신을 당했다.
친하다고 믿었던 친구가 뒤에서 험담을 했고
결국 그가 따돌림을 당하게 됐다.

너무 억울하고, 서러웠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어차피 말해봤자 더 상처받을 거야.”

엄마는 여우씨 잘못이라고 하며 공부 열심히 하면 다 해결된다고 할 거고

조용한 영우 씨에 비해 친구는 아는 친구가 많고,

리더 역할을 많이 해서 자신이 불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혼자 견디기를 선택했다.
그때, 영우 씨는 슬플 땐 혼자 견디는 습관을 만들었다.

지금 그는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다.
“좋아졌다가 실망하느니, 그냥 혼자가 편해요.”
그의 슬픔은,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을 닫고 있다.

슬픔을 혼자 참으니 관계 단절이 찾아왔다.




슬픔은

기대가 있었기에 생기는 마음이다

누군가를 믿었고, 기대했기에
그 마음이 어긋났을 때, 우리는 슬퍼진다.


이유 없는 공허함이 찾아오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는 이유도
그 감정이 아직 내 안에 살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슬픔은 틀린 감정이 아니다.
애써 지워야 할 감정도 아니다.


그건 내 마음이,
정말 무언가를 소중하게 여겼다는 증거다.

슬픔은 억압하고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느끼고 받아들여져야 한다


슬픔은

‘떠나간 것’, ‘잃어버린 것’, ‘받지 못한 것’을
내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도와주는 감정이다.


우리가 어릴 적 그 슬픔을 느끼지 못하게 막았을 때,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그림자’로 남는다.

슬픔은 ‘그림자’가 되어

무기력, 공허함, 회피, 우울처럼

삶의 다른 얼굴로 돌아온다.


조용한 밤에, 일상이 멈출 때,
문득 눈물이 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나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이야기로-


혹시 당신도 그런 적 있나요?
말은 못 했지만, 너무 서럽고 속상했던 날.
남들은 괜찮다는데, 당신은 끝내 참을 수 없었던 그 기분.
그건 당신이 예민해서가 아닙니다.
당신의 마음이, 진짜 아팠던 겁니다.


오늘 하루,
그때의 나에게 말해보세요.
“그래, 너는 슬펐구나. 그 마음, 내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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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나오는 사례는 창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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