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그때 나는 외로웠구나
2부 존중받지 못한 감정들, 그림자가 되다
외로움은
곁에 아무도 없어서가 아니라,
있어도 마음 둘 곳이 없어서 찾아오는 감정이다.
어렸을 때 나는 엄마 아빠가 집에 있었는데도 혼자 밥을 먹는다는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바쁘시니까 후다닥 드시고 일어나셔야 했고, 밥 먹을 때는 말없이 조용히 먹어야 한다는 우리 집 만의 규칙이 있어서이기도 했다. 밥을 먹을 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가 전부였다. 엄마랑 나와 동생들은 묻는 말에 대답만 할 수 있었다. 누군가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우리는 몸으로 알고 따르고 있었다.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우리는 서로의 눈을 잘 바라보지 않았다. 잘못해서 혼날 때 외에는.
그날도 그랬다. TV에선 시트콤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가족들도 그 장면을 보면 함께 웃고 있었지만 나는 그 웃음소리가 더 외롭게 느껴졌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아무도 내가 우는 것을 몰랐다.
"왜 이러지?"
그때는 나도, 내가 왜 우는지 몰랐었다. 시간이 흐른 후, 내가, 마음을 보면서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의 끄트머리에는 그때 그 장면이 사진처럼 떠오르곤 했다. 그때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외로워서 그랬구나. 나는 마음이 힘든데 말을 못 하고 있었고, 가족들이 웃고 있는 장면을 보면서 외로웠었던 거구나' 알아차리고 나니 감정이 더 명료해진다.
내가 외로움을 느낄 때는
곁에 사람이 없을 때가 아니라
함께 해도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이 닿지 않을 때였다.
민영 씨는 중학교 2학년 겨울, 감기에 걸려 혼자 보건실에 누워 있었다. 눈이 내리는 날이었다. 유리창 너머로 친구들이 웃으며 매점으로 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민영 씨는 입술을 꼭 깨물고 눈을 감았다.
‘괜찮아. 감기라서 안 올 거야. 나 혼자 있어도 돼.’
그날 아무도 오지 않았다. 친구도, 선생님도.
스스로 괜찮다고 했지만 민영 씨의 마음이 조용히 식어갔다.
그 일이 특별히 큰 상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 민영 씨는 몸이 아플 때조차 누구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일은 이제 그만하자.”
그게 그날, 민영 씨 마음이 만든 규칙이었다.
늘 혼자 있던 방 안의 아이 은정 씨는 외동딸이었다.
부모님은 맞벌이였고, 늘 늦게 들어왔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조용한 거실, 찬 식탁, 불 꺼진 방이 전부였다. 어느 날은 집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벨을 누르고 그 후에 번호 키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갈 때도 있었다. 그만큼 따뜻한 집이 그리웠다.
“간절히 원해도 안된다는 것을, 아는 순간 혼자 있는 게 익숙해지더라고요.”
은정 씨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말수가 줄었다’. 혼자가 편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미소를 지으며 분위기를 맞췄지만 속마음은 잘 꺼내지 않았다.
“친구가 속상한 얘길 하면 위로는 잘해요. 그런데 정작 제 얘길 못 하겠어요. 아니 제 얘길 못하는지도 몰랐어요.”
은정 씨는 속상한 일이 생기면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늘 그랬듯 침대 속으로 들어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혼자서 웅크리고 속상한 마음을 진정시키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은정 씨는 속상하고 힘든 일이 없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 생각이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는 말로 들려 안도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었다.
현수 씨는 사내 커플로 결혼했다.
아내는 따뜻하고 다정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결혼 후 더 외롭다고 느꼈다.
“결혼하기 전에는 회사 일로 힘들어하던 서로를 위로해 주며 가까워졌어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는 서로 말이 더 줄었어요. 아내가 힘들다고 말하면 짜증이 올라와요.”
퇴근 후, 현수 씨는 피곤하단 말을 먼저 꺼내지 못하고 주말에 함께 있으면 마음이 더 텅 빈 것 같았다. 말이 결혼 전보다 줄어들고 있었다.
어릴 때 늘 바빴던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익힌 익숙한 감정. 부모님이 지친 표정으로 들어오셨을 때 현수 씨가 말을 하면 부모님은 그런 것은 혼자 알아서 하라고,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남자는 말을 아껴야 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도 한 몫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내 마음을 꺼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어요. 상대도 힘든데 내가 더 힘들 게 하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힘든 이야기는 밖에서 친구들에게 하고 집에서는 마음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어요."
외로움은 소리 없는 감정의 그림자다
어린 시절의 외로움은, 마치 방 안의 공기처럼 말없이 내 안에 쌓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기대하지 않는 습관’을 만들고
‘거리 두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꺼내는 게 낯설고, 다가오는 사람을 밀어내게 된다.
그건, 내가 이상해서가 아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
현재의 나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뿐이다.
외로움은 “혼자 있다”는 말보다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감각에서 깊어진다.
그렇게 마음을 숨기는 습관이 쌓이면 나조차 내 감정을 놓치게 된다.
외로움은 어떤 사건보다
누구에게도 마음을 기댈 수 없었던 시간에서 온다.
감정은 존재의 신호다.
외로움은 "나 여기에 있어"라는 작은 외침이다.
무시된 외침은 그림자가 되어,
우리를 더 많은 관계 속에서도
더 외로운 사람으로 만든다.
-나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이야기로-
혹시 당신도 그런 적 있나요?
가족과 친구가 있는데도, 마음 한구석이 늘 허전했던 시간.
누군가가 나를 바라봐주길 바랐지만,
아무도 내 마음을 알려고 하지 않았던 그때.
그 외로움은 당신이 잘못해서 생긴 게 아닙니다.
그저, 당신의 마음을 받아줄 따뜻한 사람이 필요했던 거예요.
지금 그 감정에게 말해주세요.
“그때 너는 외로웠구나. 그 외로움, 이해해. 이젠 내가 들어줄게.”
내 감정의 주인은 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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