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나는 자주 화가 났다.
억울하고, 불공평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많았다.
하지만 그 화를 제대로 낼 수는 없었다.
화가 났다는 말은커녕 표정조차 지을 수 없었다.
“너 표정이 왜 그래?”
“눈 똑바로 안 떠?”
“버릇없게 화내는 거야?”
그래서 나는 점점 화내지 않는 법을 배웠다.
‘화내면 싫어할 거야.’
‘혼날지도 몰라.’
‘어차피 말해봤자 바뀌지 않아.’
그렇게 억눌러진 분노는 점점 다른 모습으로 자라났다.
눈물, 무기력, 냉소, 체념, 불안......
나조차도 모르게 쌓여갔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때 나는 화가 났었구나"
엄마가 동생에게는 다정하게 웃으며 말할 때,
아빠가 언니의 말에는 귀 기울이면서 내 말엔 “시끄러워”라고 잘라버릴 때,
너무 화가 났다. 하지만 나는 그 화를 표현하지 않았다.
화를 내면 더 큰 비난이 돌아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화를 내면 혼날 거야.’
‘화를 내면 버릇없다고 생각하고 미워할 수 있어.’
' 화내면 저 사람이 싫어할 거야'
화내면 상대가 싫어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참는 법을 배웠다.
“화는 참는 게 착한 거라고 믿었어요.”
그래서 나는 화내지 않는 아이로 자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내가 ‘화를 느끼지 않는 아이’가 된 건 아니었다.
그 분노는 지금도 내 안 어딘가에 살아 있고, 때로는 나도 모르게
무기력, 짜증, 냉소, 몸의 피로로 나타난다.
“화를 내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미성숙한 사람 같아요.”
주희 씨는 어릴 때, 엄마에게 버릇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말대꾸하지 마” “넌 왜 항상 토를 달아?”
그런 말을 반복해서 들은 이후, 그녀는 점점 입을 다물었다.
지금도 주희 씨는 누구에게도 화를 잘 내지 못한다.
불편한 말이 오가도, 참는다.
속이 끓어오르는데도, 조용히 넘긴다.
“화를 내면 예의 없는 사람 같아요.
그냥 다 내가 참으면 조용해지잖아요.”
그녀는 늘 그렇게 자신을 눌러왔다.
상대가 불쾌한 말을 해도 웃으며 넘기고, 부탁을 받아도 무조건 들어준다.
“속으론 열이 나는데, 겉으로는 ‘그래, 알겠어’라고 말해요.
그러다 혼자 있을 땐 씻지도 않고 누워서 하루 종일 이불만 뒤집어써요.”
주희 씨의 분노는 폭발하지 않는다.
대신 무기력으로 변해 돌아온다.
‘화’를 낼 줄 몰라서, 대신 ‘지침’으로 감정을 표출한다.
그녀는 말한다.
“화를 내면 상대가 싫어할까 봐 참아요. 그런데 그게 너무 지쳐요.”
“참았던 분노가 폭발하듯이 튀어나와요”
영석 씨는 평소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다.
하지만 한 번 화가 나면 감정이 폭발해 자신도 놀랄 정도로 말을 쏟아낸다.
“별거 아닌 일에도 화가 나는데, 사실 그건 그 순간 때문이 아니라
전에 참았던 감정이 터지는 것 같아요.”
“참다가 나도 모르게 터져버려 항상 마지막엔 내가 미안하다고 하게 돼요.
그런데 사과를 해도 사람들은 저를 피하더라고요.”
그는 어릴 적, 엄마에게 감정을 표현했다가 “그런 성질머리 누가 닮았냐”며
죽도록 맞았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론 감정을 표현하면 맞을까 봐 평소엔 화를 꾹꾹 눌러 담는다.
하지만 결국, 관계는 비슷한 방식으로 무너진다.
그는 말한다.
“화는 누르다 보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때를 기다리는 것 같아요. 어느 날 불쑥, 다 쏟아져요.”
분노는 ‘문제’가 아니라 ‘신호’다
분노는 나를 보호하기 위한 감정이다.
그건 ‘문제’가 아니라, “지금 뭔가가 잘못됐다"는 내면의 알람이다. 그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면 분노는 그림자가 되어 삶에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가 나를 무시할 때, 나의 경계가 침범당했을 때,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껴졌을 때 내 마음이 나를 지켜달라는 마음의 소리이다
분노라는 감정을 억압했을 때, 어떤 사람은 너무 쉽게 폭발하고, 어떤 사람은 무기력해지고, 어떤 사람은 감정을 마비시켜 아무 감정 없이 관계를 끊는다. 분노가 그림자가 되어 우리에게 영향을 준 것이다.
어릴 적, 분노를 표현했을 때 수치심이나 처벌로 돌아온 기억들 때문에, 우리는 표현하기보다 억누르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그 결과, 감정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힘이 아니라, 자신을 소진시키는 감정이 되어버린다.
분노는 분명 표현되고 존중받아야 하는 감정이다. 그러나 잘못 표현되면 관계를 단절시키고 더 큰 갈등을 유발하기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안전하게 분노를 표현해야 우리를 지키는 힘이 될 수 있을까? 상대에게 내 마음을 알려주면서도 상대를 존중하는 표현을 통해 안전하게 분노를 표현해 보자.
분노를 안전하게 표현하는 법
1) 감정을 인식하기
지금 내가 느끼는 건 화일까? 서운함일까? 억울함일까? 감정 언어를 정확히 짚어보는 연습부터 시작해요.
2) 감정을 분리해서 말하기
“너 왜 그래!” 대신 “지금 네 말이 나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졌어.”
3) 시간 차를 두고 표현하기
감정이 폭발하려 할 때는 잠시 멈춘 후 말하세요.
“지금 말하면 상처 줄 것 같아. 조금만 이따 얘기할게.”
4) ‘나’로 시작하는 문장으로 말하기
“그건 잘못됐어!”보다
“나는 그 말이 불편하게 느껴졌어.”
5) 작은 연습부터 시작하기
“그 말은 조금 속상했어.”
이런 표현부터 시작해 보세요. 작은 표현이 쌓이면 나를 지키는 힘이 됩니다.
-나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이야기로-
혹시 당신도 그런 적 있나요?
누군가의 말에 화가 났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순간.
그저 웃으며 넘겼지만, 혼자 돌아와 이불속에서 우셨던 날.
그건 당신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당신의 마음이, 누군가와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 참아낸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말해도 괜찮습니다.
화를 낼 수 있는 사이가 진짜 관계고, 화를 낼 수 있는 내가, 진짜 나입니다.
오늘 이렇게 말해보세요
“나는 그때, 화가 났었구나.
그건 잘못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감정이었어.
이제는 나를 위해 말해줄게. 그 감정, 네 잘못이 아니야.”
이 글에 나오는 사례는 창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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