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보다 부모가 더 약하다

by 김성희

가족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때로는 자신을 약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는 날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힘들어하는 가족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의무감과 좌절사이에서

커다란 혼란에 사로 잡히기도 합니다


특히나

부모는 자식 일에서는

더더욱 그러한 듯합니다


부모로서의 한계를 느끼며

또 현실을 인정하며

흔들리는 마음을 끌어안고

자는 듯, 마는 듯 밤을 보내는 날들도 있습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엄마는 얼마나 수많은 밤들을

그렇게 보내셨을까?'라는 생각에

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한 아이를 감당하는 마음도 벅찬데

8남매를 감당해야 했을 엄마의 마음이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를 통해

삶의 책임과 사랑

그것이 가져오는 고통


자식에 대한

책임, 의무, 사랑이라는

단어들 앞에

부모는, 엄마는 늘 약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가끔은 죄책감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지난날 엄마는

내가 깨어나지 않았던 일주일이

얼마나 얼마나 긴 고통의 시간이었을까요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던

하지만 끝끝내

나의 의지대로 끝내지 못한 삶을

수많은 날들을

나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잘도 살아온듯 합니다


내 아이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시도를 했다면

나는 어땠을까?

그 끔찍한 시간을, 죄책감들을

어떻게 견뎌내고 살아갔을까?


가뜩이나 자식 사이에서

가장 나약했을 엄마에게

철없던 내가 엄마의 어깨 위에

얹혀준 그 고통의 무게를

감히 무엇으로 속죄를 할 수 있을까요


자식을 가진 부모에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부모도, 신도 아닌

자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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