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은 이별보다 늦는다

by 김성희

택배 문자가 도착했다

발신인 : 김나미


무엇을 보냈을지 모를 언니의 이름

퇴근 후 집에 와보니

고구마와 참기름이 도착해 있었다


"언니 무슨 고구마랑 기름을 보냈어?"

"핏줄이라고 네 생각나서 보냈지.

참기름이야. 직접 농사지어서 짜낸 참기름"

"우웅 고마워 이제 이런 농수산물만 보면

엄마생각이 나서 코끝이 찡해져 눈물 날라고 그런다"

"맛있게 먹고 건강 잘 챙겨"


그렇다

엄마는 평생 농사일에서 벗어나지 못하셨지

흔하디 흔한 엄마의 농산물들을 받아 올대면

대수롭지 않은 듯 챙겼었는데......


이제는 안다

곡식 하나하나에

엄마의 피땀이 고스란히 녹여져 있었다는 것을


씨앗만 뿌려두면 거저 자라는 곡식들인 줄 알았다

손질해 준 야채들은

딸의 편안함을 위해

당신의 편안함을 기꺼이 내어 주었던 것이었다


왜 그토록 철없이 굴었을까

대수롭지 않게 버렸던

엄마가 주신 농산물들


내가 엄마 되어 살아보니

자식을 위해 좋은 것만 주고 싶었던

엄마의 때 묻은 사랑이

그 모든 것들에 담겨 있었다는 것을


내가 엄마 되어보니

자식이 좋아해서 먹은 그 모든 음식들은

자식을 위해 내가 안 먹게 되더라


배불러서도 아니고

싫어서도 아니고

오직 내 자식이 잘 먹는 음식이라서

더 먹이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이더라


"이게 언제 건데 여태 안 먹었어?

먹으라고 좀"

"너희들 오면 같이 먹을라고 남겨났지"

엄마는 그랬다

좋은 것들이 선물로 들어오면

먹고 싶은 것들을 꾹꾹 참아

자식들이 오는 날 기꺼이 꺼내놓는 것이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엄마에게 짜증만 부렸다

좋은 것을 사줘도 안 먹냐고.....

못 먹어서가 아니고

안 먹어서가 아니고

내 아끼는 새끼들을 주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언니가 보내온 택배를 열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엄마였다

엄마가 챙겨주셨을 때

지금처럼 소중하고 감사하다고 할걸


철없던 그때는

엄마의 정성과 사랑을 몰랐다

엄마가 떠난 후에도

그 고마운 사랑은 아직도 남아있기에

나는 오늘도 혼잣말로

엄마에게 감사하다 말한다


고맙고 미안함은

왜 언제나 이별 후에 찾아와

두고두고 아픈 마음을 남기는 것일까


세상엔

뒤늦게 찾아오는 것들이

사람의 마음을 두고두고 후벼 판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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