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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희 Nov 29. 2024

결코 손에 쥘 수 없는 바람처럼...

"버림으로써 얻으리라. 그대여, 탐내지 말라." -우파니샤드-

"전부를 취하면, 전부를 잃는다. " -팔만대장경-

"탐욕은 일체를 얻고자 욕심내어서 도리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 -몽테뉴-


탐욕과 욕심이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독이라 하던가...

무언가에 집착하면 집착하는 그 무언가 때문에 다른 것을 볼 수 없게 만드는 듯하다.

때로는 사람에 집착하고

때로는 사물에 집착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마음이 가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결코 그 무엇도 온전한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된 나이.

자신이 원한다고 다 가질 수도 없고

취한다 한들 영원히 내 곁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에 집착했던 때가 있었다.

그것들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도 즐겁고 행복한 때가 있었다.

사실 그런 마음들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집착하려 하는 그 마음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착이란 녀석이 다가오려 하면 난 그 녀석을 외면한다.

그리고 혼잣말을 한다.

'세상 그 모든 것은 그저 나의 삶에서 스쳐가는 인연이다.'라고...

맞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사랑이든 이별이든 고통이든 슬픔이든

돌이켜 보면 영원히 그 시간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하루가 일 년 같은 시간이 있었을지라도

죽을 만큼 힘든 시간이 있었을지라도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이 있었을지라도

나는 어느덧 그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나이가 되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게 다가왔던 다가온 다가올 모든 것이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원한다고 얻어졌던 것들

내가 원치 않아도 내 곁에 머물던 그 많은 것들이 

때가 되어 내게 다가왔을 뿐이고 때가 되어 내 곁에서 떠났다는 것을.

불교에서는 모든 것이 인과법과 인연법에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종교는 없지만 나는 그 말에 절반이상을 동의한다.

지금의 나의 모습은 내가 삶아온 과거가 만들어낸 나의 현재라는 것도

나의 생각들이 만들어낸 '나'라는 것도.

그래서 이제는 삶을 받아들이는 것에 예전보다 잔잔해진 마음 평온함에 더 머물 수 있게 되었다.

기쁨도 분노도 사랑도 이별도 내게 오는

막을 수 없는 그 모든 것들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오는 것들에 대해 머물러 있는 것들에 대해 떠난 것들에 대해

움켜쥐고 있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나니 

지금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평온함과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상황에 따라 올라오는 감정들을 어찌할 수 없으니

그 감정들과 함께 친구가 되어 보기로 했다.

머무는 모든 것들에 '너 왔구나. 너 여기 있구나.' 내가 여기 있듯이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그냥 모든 것은 '삶의 동반자 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따금씩 이런 말들을 듣고는 한다.

'세상 다 산 사람처럼...' 또는 '삶을 통달한 사람처럼...'

어떤 이의 눈에는 나의 말과 모습에 삶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의 눈에는 감정이 메마른 사람처럼 보일 수 있고

그리고 다시 또 누군가의 눈에는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나의 모습에

놀라고는 한다. 하지만 어떤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던 개의치 않기로 했다.

그냥 나는 '나'로 살기로 했기 때문에...

가끔씩 스스로 묻는다. '나 사차원인가?'라고...

하지만 결국 결론은 사람은 다 생긴 데로 살고,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간다는 것.

수많은 서로 다른 겉모습과 생각일지라도 결국 모두 사람이라는 것.

각기 다른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나 또한 한 명일 뿐이라는 것.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듯하다.

더 웃을 수 있는 일들을 만들고 더 많은 것들에 생명력을 불어넣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들을 사랑하게 되고 사소한 것들에 감사하게 된다.

내가 살아온 인생을 반추해 보면

싫든 좋든 내 곁에 올 것은 오고야 말 것이며 

내게 왔던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세상에 온갖 것들을 만나며 이리 굴려지고 저리 굴려지며 만들어진 '나'라는 조각상.

그리고 다가온 것들에 대해 집착을 하는 순간 그 공간에 머물러 갇혀있게 된다는 것을...

사람은 오는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가는 것들을 놓아줄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좋아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분노하되 그 감정에 머물지 않기를.

움켜쥐겠다는 그 생각들 영원할 것이라는 그 믿음들이 자신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큰 독이 된다는 것을 이제야 비로소 작게나마 깨닫게 되었다.

수많은 생각들과 수많은 마음들과 수많은 감정들에 전혀 흔들리지 않을 수 없지만

전 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다시 나를 제자리에 데려다 놓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그 많은 감정들에 집착하지 않기로 결심했고

작은 일상들을 사랑하며 매 순간순간에서 감사와 행복을 찾기로 한 후부터

나는 마음이 자유로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삶에서 풍요란 이런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타인보다 더 많은 것들을 가져서가 아니라 내가 가진 것들을 사랑하는 것이야 말로

자신이 가장 가치 있고 행복에 머물 수 있는 마법이 아닐까.


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창조하는 창조자로 살아간다.

그러니 오늘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 창조할지 생각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보일 것이다.

여러분들은 자신을 어떤 조각상으로 만들고 계신가요?

삶의 자유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오늘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그 어떤 생각에도 걸리지 않으려 합니다.

삶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아서...


"진실한 믿음을 가진 사람은 어떤 상황에 부딪치더라도 그의 신념이 흔들리지 않는다.

자기 눈으로 확인되지 않고 아무 근거도 없이 떠도는 말에 좌우되지 않는다."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본문 중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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