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불완전함이 당신을 아름답게 하며 진실된 모습을 만든다.
당신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 -데비 로바토-
"진정한 행복의 비밀은 우리가 사는 일상 속의 작은 것들에 진심 어린 관심을 가지는 것에 있다."
-윌리엄 모리스-
매일 아침 출근하면 가장 먼저 했던 일.
남보다 조금 더 일찍 출근해서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이었다.
그 여유가 주었던 짧은 시간은 나에게 일터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가장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 그 여유의 시간에 여전히 나는 밥대신 커피를 마시고 있다.
"여러분 세계 3대 커피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드립커피 수강 첫날 강사님의 첫 질문이었다.
그런데 강의실은 고요했다.
'음...'
커피는 좋아하지만 커피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갑자기 창피한 생각이 들면서 '정말 커피를 좋아하는 거 맞아?'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며 왠지 웃음이 번졌다.
나를 비롯해 이곳에 온 사람들은 커피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닌
어쩌면 커피의 향이나 마셨을 때 기분 좋은 그래서 커피를 마시는 것만 좋아하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좋아하면 호기심이 가고 호기심이 가면 알려고 하는 마음이 당연한 것인데
어찌 이런 일이...'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결국 좋아하게 되어 강의까지 들으러 온 나는 커피를 좋아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린다.
커피의 향이 좋았고, 혼자 있는 시간에 커피와 함께함이 좋았고,
어떤 계절과 어떤 시간에, 커피는 나를 사색하는 시간으로 더 진하게 빠지게 하는 존재다.
그 시간들을 더 오래 느끼고 싶어서 나는 결국 드립커피 수강을 신청했으니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정!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골고루 주듯, 커피를 내릴 때 골고루 적셔주세요."
차분해 보이는 나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성격 급한 내게 강사님이 한 마디 던지신다.
다섯을 세며 천천히 물을 부어주라는 말을 하셨지만
커피 원두를 향한 물 붓기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손에 잡힌 드립포트에서 쏟아지는 물줄기의 속도는
수돗물을 틀어 놓은 듯했다.
'하... 이놈의 성격이 어딜가지 않지.'
조용히 잠자듯 있다가도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불쑥불쑥 빠름이 튀어나온다.
그리고 두 번째 내리는 커피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와 진짜 성격 급하신가 봐요.'
나름 천천히 내린다고 내리고 있는 나의 모습에 다른 수강생분이 던진 한마디...
'수행자처럼 커피도 그리 내려야겠군.'
그리고 세 번째... 한 번씩 커피를 내릴 때마다 마음속으로 천천히를 속삭이며...
한 번도 내려본 적 없는 커피를 만들며 급한 성격 탓에 잠시 시선이 집중되어 부끄럽기도 했지만
'뭐 어때? 그럴 수 있지. 난 전문가가 아니고, 배우러 온 학생이야.'라고 툴툴 털어버리고
뻔뻔함으로 다시 반복해서 커피를 내린다.
사실 오래전부터 나는,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여자들이 카페운영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 또한 오래전부터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는 나의 모습을 꿈꾸어 왔다.
카페에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좋은 커피 향을 전해주고 싶고
좋은 맛의 커피를,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도, 앞으로도 내가 그 꿈을 이룰 때까지 여전히 내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또 한 걸음 나의 꿈을 향해 오늘도 드립커피 수업을 듣고 있다.
한결 더 나아진 나의 모습에 스스로 만족하며
아침마다 가장 먼저 나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핸드드립 세트를 주문했다.
오랜 시간 꿈꿔 온 나의 아침의 모습을 곧 현실로 데려다 놓는다.
'우아하게 커피를 내리고 행복한 미소로 우아한 아침을 맞이해야지.
내가 좋아하는 이들에게 직접 내린 커피를 맛보게 해 줘야지.'
주문과 동시에 저절로 마음도 행복해진다.
돌아오는 마지막 수업에는 지역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올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분들을 위해 마음껏 커피를 내려 대접하라고...
배운 것을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져 너무 설레고 기대된다.
무엇이든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나름에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또 다른 시간이 되겠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너무 완벽하게 해서 행복한 게 아니라
좋아하는 그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을 가져다준다.
우리는 완벽함을 추구하지만 완벽할 수 없고
완벽하지 않아도 실망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자신이 좋아한다고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그 착각과 집착을 버리고
좋은 것은 그냥 이유 없이 좋을 수 있고,
단 한 가지의 이유로도 좋을 수 있다는 것을...
내 마음속에 그리는 나의 꿈들을 내 앞에 데려다 놓는 일들이
얼마나 마음의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지를 느끼며 행복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
오랫동안 그리던 꿈을 마음속에 간직한다면
현재 자신이 투자하고 노력하는 그 시간이 무엇인지를 문득 되돌아보았을 때
지금 하고 있는 그 일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며 꿈일 수도 있다는 것을...
불완전한 자신을 사랑하는 삶이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확신한다.
"나는 나의 불완전함에 집착한다. 그것이 내 존재의 본질이므로." -아나톨 프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