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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세 가지 만남

by 작꾸천치


이유 있는 만남, 계절 같은 만남, 그리고 평생의 동반자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과 커피를 마셨다. 몇 년 만의 만남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멈춘 듯 편안했다. 헤어지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정말 신기한 존재구나.


우리 인생에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모두 다른 이유와 의미를 가지고 우리 곁에 온다. 누군가는 잠깐, 누군가는 오래, 그리고 누군가는 평생을 함께한다.


첫 번째, 이유가 있어서 오는 사람들

직장에서 만난 선배, 동호회에서 알게 된 친구, 우연히 마주친 이웃... 이들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내 삶에 등장한다. 때로는 내가 무언가를 배워야 할 때 나타나는 선생님 같은 존재다. 실수를 통해 성장의 기회를 주거나,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는 사람들. 그들과의 만남은 짧을 수도, 길 수도 있지만 언제나 배움이라는 선물을 남긴다.


또 다른 때는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만나게 된다. 고민을 들어주거나, 경험을 나누거나, 단순히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관계들. 이런 만남들은 나에게 '베푸는 기쁨'을 알게 해 준다.

어떤 이유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그 만남이 서로에게 필요한 순간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두 번째, 계절처럼 스치는 사람들

봄에 피는 벚꽃처럼, 여름밤의 시원한 바람처럼, 잠깐이지만 강렬하게 내 마음을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대학 시절 함께 밤을 새워 이야기하던 룸메이트,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 하루 종일 함께 걸었던 낯선 이, 버스에서 마주친 따뜻한 미소의 할머니... 그들과의 시간은 짧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상한 건, 그런 사람들을 그리워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름도 연락처도 모르는 사람을 말이다. 아마도 그들이 내게 순수한 순간을 선물해 줬기 때문일 것이다. 계산도 조건도 없는, 그저 자연스럽고 따뜻했던 그 시간들.


세 번째, 평생 함께할 사람들

가장 드물고, 가장 소중한 만남이다.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연인이나 배우자가 될 수도 있다. 관계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 마음이다.


이들과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순간들이 있다. 슬플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고, 기쁜 일이 있을 때 제일 먼저 알리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더 이상 '타인'이 아니라 '나'의 일부가 된다.

함께 늙어가는 것이 두렵지 않은 사람들. 아니, 오히려 함께 늙어가고 싶은 사람들이다.


모든 만남에는 의미가 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만약 그때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의 내가 아닐 것이다. 좋은 만남이든 힘든 만남이든, 모든 인연은 지금의 나를 만드는 재료가 되었다. 상처를 주고 간 사람들조차도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고, 사랑을 가르쳐준 사람들은 내 마음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줬다.


축복의 만남을 만드는 건 나의 몫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느냐는 것이다.

상대방이 어떤 이유로 내 앞에 나타났든, 나는 그 만남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만날 것인가, 아니면 겉핥기식으로 스쳐 지나갈 것인가?


사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는 이유 있는 만남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계절 같은 만남이며, 또 어떤 이에게는 평생의 동반자다. 내가 누군가의 인생에 어떤 의미로 남게 될지는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오늘도 새로운 사람들과 마주칠 것이다. 지하철에서, 카페에서, 회사에서, 동네 마트에서. 그 모든 만남이 서로에게 작은 축복이 되기를, 그래서 우리 모두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기를 바란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나의 만남도, 작지만 의미 있는 인연일지도 모르겠다.


누구든 이유 없이 오지 않는다. 그러니 떠나는 사람도, 남는 사람도 그대로 받아들이자. 모든 만남엔 뜻이 있고, 모든 인연은 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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