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의 예측①
부동산 개발에 있어서 매출은 정해진 값이라면 비용은 가변적이고 예측이 필요한 값이다. 물론 매출도 예측을 해서 정확하게 결정해야겠지만, 한번 정해진 매출은 변경하기가 매우 어렵다. 분양에 관련하여 신고가 들어가는 경우라면 관청의 허가도 받아야겠지만, 그것보다는 다른 수분양자에게 매출된 가격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추가로 가격 변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비용은 그렇지 않다. 경우마다 다르겠지만, 토지비는 일 단의 토지를 확보한 후에 개발을 하느냐 또는 토지확보를 하기 전에 개발을 하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어떤 토지에 대규모 개발사업이 시작된다고 하면 그 주변이 들석거리기 마련이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토지를 소위 '알박기'를 하고 팔지 않다가 개발 개시 직전에 비싼 값에 매각하는 것이 전략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전략이다. 시세보다 더 비싸게 사는 것은 일반적이고, 때로는 몇 배의 금액으로 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지비는 비용 예측에 있어서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일이긴 하지만, 사업계획에 있어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요소이다. 왜냐하면 토지가 없다면 개발사업을 할 수 없는 것이고, 그 이야기는 사업계획이 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개발자, 디벨로퍼들에게 있어서 토지가격은 사업을 개시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 가격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사업은 진행조차 되지 않는다.
실패하는 사업을 보면, 대부분 토지를 매우 비싸게 산 후 매출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프로젝트금융(PF)을 일으키지 못해 브릿지론(Bridge Loan : 본 대출(PF) 전에 토지 등을 구입하기 위해 잠시 연결하는 대출)의 이자만 내다가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토지 등을 공매(경매)로 매각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토지비는 사업의 핵심이며, 모든 의사결정의 중심이지만, 한 번 결정되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결정이 된다.
건축비는 토지비만큼 중요하지만, 의사결정에 있어서 관여하는 요소들이 많이 있다. 일단, 가장 큰 거래상대방이 건설사가 된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매출이 되는 것이고 타사 대비 저렴하면서 좋은 조건으로 제시해야 한다. 사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최초에 견적 시에는 적은 금액에 (혹은 얼토당토 안 한 금액에) 입찰에 응했다가 건물을 다 지을 무렵부터는 추가 공사비의 이슈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이러한 추가 공사비는 공포에 가깝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공사를 맡기기 어렵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아서도 공사비는 사업계획에 엄청나게 영향을 미쳐서 사실 대부분의 이익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건설사가 모두 수주에 눈이 멀어서 그러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정직한 건설사라고 하더라도 실제 공사 중에 발생하는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수는 없다. 최초에 설계 당시에 계획했던 바와 동일하게 건설을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진행하다 보면 변수가 발생하게 되고 이 변수를 처리하는 과정이 항상 수반되기 마련이다. 당연히 이때 추가 공사비의 요소들은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물가상승으로 인해 자재비의 인상, 인건비의 인상 등은 불가피하게 건설사에게 손실을 끼치게 된다. 이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건축주에게 어떻게 추가 공사에 대한 부담을 스스로 질 수가 있겠는가. 결국 이러한 요소 때문에 건축비는 항상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이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처음 계약시에는 당연히 건축주가 '갑'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준공이 가까워지게 되면 건설사가 '갑'이 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준공이 되어야 분양상품에 입주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협상이 되지 않으면 건설사도 피해를 보지만, 건축주인 시행사는 아에 도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절한 선에서 협상을 통해 추가 공사비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위의 여러 요소들 때문에 가변적인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큰 틀에서의 예측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매출, 토지비, 건축비가 개발사업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기도 하고 또한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너무 보수적으로 잡으면 사업이 진행되기 어렵고, 너무 공격적으로 잡으면 사업 후에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시장의 흐름에 맞추어 예측해서 사업계획을 작성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토지비와 건축비를 살펴보았다. 이후에 꼭 필요한 비용들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다시 다루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