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했습니다.
10년 산 아파트를 팔았다.
새해가 되기 일주일 전이었다.
아파트라고는 하지만 동이 없는 ‘나 홀로 아파트’였다.
결혼하고 시어머니와 4년 함께 살다가 독립해
처음 마련한 집이기에 애정이 남다른 집이다.
내 명의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내 집’이라는 뿌듯함.
10년의 흔적은 집안 곳곳에 남았다.
식탁과 의자가 있는 바닥은 마찰로 벗겨지고
싱크대 문 경첩이 떨어지고…
구조가 좋고 한라산과 멋진 일출을 볼 수 있는
조망권, 학교 근처라는 이점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팔렸다. 좋아해야 할 일인데 서운한 감정이 올라왔다.
이사하는 날, 짐을 보내고 청소를 하고 나니
처음 이사 왔던 날이 생각났다.
이 집에서 있었던 좋은 일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서운했던 이유 중 하나는 주민들과의 이별이었다.
자주 얼굴 보며 인사하고 음식도 나눠먹던 따뜻한 이웃들이 있었기에 ‘엘리베이터 100일 엽서 쓰기’도 가능했다.
단톡방에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아쉽다는 이웃들의 한 마디가 발목을 잡았다.
멀리 가지 않고 같은 동네에 있으니 인사하자며
대화를 마무리하고 단톡방에서 나왔다.
대단지로 이사 온 지, 3주 차.
1차 2차가 있고 동수도 10동을 넘는 대단지다.
주차부터 난관이었다.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고 어디로 나와야 하는지
미로 같은 출구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주민들을 만나면 긴장이 된다.
인사하기가 머뭇거려진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는 말이 실감 났다.
내가 누군지도 모를 텐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공동생활수칙이 붙어있다.
관리실이 없었던 생활을 했기에 낯선 문구들이었다.
관리실에서 안내방송도 했다.
처음 안내방송을 들은 날, 대단지는 다르구나.
진짜 이사 왔구나 느꼈다.
나 홀로 아파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삭막함은
대단지라는 규모에 스스로 짓눌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인데 뭐!
웃는 얼굴로 인사하기부터 시작하자!
오늘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자주 가던 카페 사장님! 우리 동에 사시다니!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니 입이 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