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힘
나는 식물을 죽이는 손이다.
죽어가는 식물도 다시 키워내는 ‘생명의 금손’을 보면
신기하기 그지없다.
호기롭게 잘 키워보겠노라고 시작하지만
결국… 끝은 마르거나 썩어버린 갈색의 사체.
흠! 이번에도 호기를 부려봤다.
이사한 아파트는 베란다 확장이 안 된 상태로
현관문 앞 공간이 넓고
거실에 베란다가 길게 방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이 공간을 보고, 결심했다.
이번엔 진짜 잘 키워보겠노라고.
남향이라 빛도 잘 들어오고 아늑한 분위기도 만들 겸
딱이다라고 생각했다.
오일장에 가서 손수 화분을 고르며
희망에 부풀었다.
일주일에 한 번, 얘는 한 달에 한 번..
사장님이 알려주는 것을 세심하게 들었다.
현관문을 열 때마다
초록초록, 생기 있는 식물들이 반겨주니
기분이 좋다. 미니정원이 생긴 것 같다.
식물을 잘 키우진 못하지만
예쁜 미니 정원을 갖고 싶은 로망이 실현되니
기쁘지 아니한가… 흐흐흐
이사 두 달째..
흠… 이상하다. 잎이 말라간다.
흙을 만져보니 물기가 없다.
응급으로 물을 줬다. 너무 많으면 썩는다 하여 촉촉하게 젖을 정도로만.
며칠 후 오늘, 음…. 햇빛을 못 봐서 그런가..,
시들시들 힘이 없다.
구름 뒤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오후임에도
화분을 옮겨본다.
내일 아침 햇살을 받으면 생기가 돋겠지.
책장만 놓여있는 베란다에 식물이 놓이니
마음이 편안하다.
죽지 마라 죽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