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걷기
이사 오고 나서 가장 큰 변화는
되도록 걸어 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해가 저물어가면 시계를 자주 본다는 것.
특히 오후 6시가 되면 주차장에 무조건 차를 세우고
걸어 다닌다.
행여 밖에서 볼일이 있어 귀가가 늦어지면
좌불안석, 고민이 시작된다.
오후 6시부터 주차전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지상 지하 할 것 없이 어느새 꽉 찬다.
자동차들이 정리함에 정리된 듯 칸칸마다 들어찬 모습을 8층에 내려다보면 아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
자동차 같다.
이차선 통행로 한 방향은
자연스럽게 주차장이 돼 버린다.
차 한 대가 겨우 빠져나갈 정도의 길만 남는다.
이곳은 그렇게 암묵의 질서가 잡혀있었다.
아직 주차 때문에 고성이 오가거나 눈살을 찌푸릴 일은 없었지만, 누가 먼저 왔냐 양보를 하느냐 마느냐
눈치싸움이 시작된다.
요즘 어딜 가나 주차난이 문제지만
대단지라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자가용 두 대를 소유하고 있는 세대도 많을 것이다.
남편 차는 경차라 나름 하나씩 비어있기도 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내 차가 지상 주차장에서 확인되지 않으면
어김없이 전화가 온다.
“어디야. 빨리 와. 주차할 곳 없어. “
초반에는 200미터 떨어진 상가 근처에 세울 데가 보이더니만 이제는 그런 틈조차 모두 차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점점 주차는 멀리멀리 먼 곳으로 밀리고
1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오히려 좋다. 주로 앉아있는 일이라 운동량이 적은데
잘됐다 싶다. 계단으로 이동하면서 다리 근육도 키운다.
올겨울은 웬일인지 추위도 심하게 타지 않아
걸어 다닐만하다.
하루 7000보를 목표로 걷기 시작 한 지 9일째
오늘은 휴일이라 일 보고 5시 40분쯤 아파트에 도착하니 벌써 지상은 자리가 없었다.
아이고! 큰일이네 싶어 지하로 내려가니 다행히 여유가 있다.
한번 차를 세우면 웬만한 일이 아니고선
차를 빼지 않기 때문에 걸을 수밖에 없다.
8층인 것도
주차난이 심한 것도
걸을 수 있으니 오히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