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켰다!

그거 언니죠?

by 연의

아침엽서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

2023년 12월 21일, 아파트에서 유일하게 자주 보는 1002호 동생과 점심을 먹었다.

말 그대로 눈이 펑펑 내리는, 제주에서는 보기 드문 눈이 내린 날이었다. 길에도 쌓여서 운전이 겁났지만 약속을 강행했다. 커피숍에서 눈 날리는 풍경을 보며 폭풍수다를 쏟아냈다.

화장실에 다녀온 동생이 제자리에 앉으면서

“그거 언니죠.”

“응?”

“엘리베이터“

“으….. 음… 응.”

확신에 찬 동생의 표정에 아니라고 발뺌할 수 없었다.

그러더니, 고맙다고 했다. 덕분에 좋은 사람이 됐단다. 무슨 말인가 들어보니, 주민들이 동생에게 엽서 쓴 주인이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했을 거라는 추측했다는 것이 고마웠고, ‘내가 그동안 잘 살았나 보다’ 하는 뿌듯함도 있었다는 것이다. 동생은 작년에 총무를 맡아서 주민들과 소통이 많았다. 워낙 사글사글하고 적극적으로 알아서 하는 스타일이라 주민들에게 인정받은 똑순이다. 그에 비해 나는 3층이라 계단을 주로 이용하고 주민들과 마주칠 일이 많지 않다. 나라고 생각하는 주민들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은근 스릴이 느껴졌다.


아침엽서를 시작하게 된 동기와 매일매일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는 이야기를 두루두루 나눴다.


내가 엽서를 쓰는 이유에 이 동생이 보고 힘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겉으로는 생글생글 걱정 없을 것 같았는데 친해지고 보니 세상 걱정 많고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여린 아이였다.


동생이 엽서를 보며 감동하면서 아이들에게

“우리 아파트 사람들 진짜 좋다.”라고 얘기했고,

아이들도 말했다 한다.

“우리 아파트 좋아.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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