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0 엄마님이 전화하셨습니다

by 들창코

일단 가슴이 철렁한다. 이 늦은 시간에 불쑥, 혹시 무슨일이 생긴건 아닐까.

전화기 너머속 엄마 목소리는 애써 괜찮은척 하며

카카오 택시 예약이 안된다고 어떻게 하는거냐고 묻는다.

종이랑 펜을 가져온다며 '잠깐만 잠깐만' 하는데

목소리에서 서운한 기색이 느껴진다


내일 항암하러 가는 날인데 아빠는 같이 안가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가

일단 무슨일인지 들어보기로 하고 엄마 말하는대로 듣고 있었다


내일12시 병원이라 지금 택시 예약을 하고 싶은데 9천원이면 가는 거리를 8만원이라고 뜬다고 뭐가 이상한거 같단다.

그래서 그냥 그거 내일 아침에 가기 전에 다시 해보라고 했더니

더 알아볼 의지도 없이 그러겠다고 하면서 넌지시 속 풀이를 또 꺼내는 엄마.

역시 엄마는 택시가 궁금한거 보다 속 풀이 하려고 전화한거였다.


니 아빠가 요즘은 이상해져서 같이 병원가도 신경질 막 부리고, 운동한다고 없어져서 같이 가봐야 스트레스만 받는다고.

그러면서 지난 번 병원 갈때 출발할때 아빠가 신경질 부린일(아빠가 집에 핸드폰 두고 왔다가 다시 가는 사이 길에 빈택시 3대가 지나가고 비도 오고 엄마 다리도 아파서 택시 잡아서 길에 있을테니까 글로 오라고 했더니 택시를 왜 타냐고 화를 냈다는 이야기)

병원 대기실에서 악쓴 이야기( 시간 간당하게 항암주사 맞고나서 '거봐 아까 그 사람 말대로 엘리 베이터 같이 타자고 했으면 늦어서 주사 한참 기다려야 됐다니까' 라고 했더니 사람도 많은데 악을 쓰면서 했던 얘기 그만좀노래부르라고 했다는 이야기)

를 속사포 같이 쏟아내는 엄마

그래서 집에와서 아까 병원에서 왜 화를 내냐, 오죽하면 옆에 있던 아줌마가 '남편이 저러니까 아줌마가 암걸리셨군요' 라고 했다니까 아빠가 그럴거면 죽으라고 했다고.

거기다 요즘은 집에서도 엄마 있어도 여자랑 전화한다면서

방금도 저녁에 여자목소리 나는 통화를 하길래 누구냐고 했더니 여자친구랑 전화도 못하냐고 화냈다는 아빠.

=>결국 엄마는 이것때문에 화나서 내일 병원 혼자가려고 택시 예약하다가 나한테 전화한것 같다.


이 어마어마한 속 뒤집어 지는 얘기를 자려고 누운 시간에 호주에서 10분만에 듣고 있는 내 속은 또한번 미어진다.

어떻게 항암 환자한테 죽으라는 얘기를 하는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엄마 표현에 의하면 싸울때마다 '그러면 뒤지던지' 라고 한다고.

그리고 '니가 그러니까 암걸렸다' 소리도 몇번 했다고 한다.

아픈 사람 병원 갈때 택시한번 못타게 하고.


자기도 70넘어서 병들고 늙을거라는 생각은 안하는지.

지금도 암걸린 엄마가 삼시 세끼 차려주는 밥 먹고 낮에는 헬스에 사우나, 뒷산 등산 다니는게 일인 아빠. 주말에는 한국의 산 100개를 다니겠다며 친구들과 주말마다 산에 가느라 엄마는 주말에도 집에 우두커니 있는 모양이다.

수입이 없으니 매일 생활비 걱정에 전전긍긍하는 엄마랑 다르게

아빠는 산에 다니고 본인 놀러다니는 일은 엄마 몰래 빚을 내서라도 다 하면서

정작 집에서 먹는 식비, 생활비는 다 엄마한테 타서 쓰고

아껴쓰자고 하면 그 때마다 '죽어라, 니가 그렇게 돈돈 거리면서 나 스트레스 주니까 벌받아서 암걸린거다' 소리를 한다고.


자기 전 이런 소리 듣는 내가 할 수 있는 생각은

"하느님, 아빠 산에가다가 실족해서 죽게 해주세요" 밖에 없다.


엄마 아프기 전에도 사업한다는 핑계로 여자 있는 술집다니면서 엄마 속을 그렇게 썩이더니

아프고 나도 변한게 없는 아빠. 아니, 아프고나니 악마가 되서 엄마의 영혼을 갉아 먹는 아빠.


옆에서 죽으라고 하고, 그러니까 암걸렸다고 하면 나같아도 살 의지가 꺽일거 같다.


정말 이러다가 암으로 죽는게 아니라 아빠때문에 엄마가 죽을거 같다.

둘을 떼어놓고 싶어도

이혼하면 아빠 빚때문에 그나마 집한채 있는거 다 날아가고 엄마한테 2,3억이나 돌아올까.

그거가지고 항암도 하고 생활비하려면 턱없이 부족하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연금이나 타고 집세라도 안내려고 같이 사는 상황인데

하루하루 너무 끔찍하다.


근데 엄마도 사람을 너무 몰아붙이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예민해서 상황을 더 과장되게 받아들여서 나한테 얘기했을수도 있다.

왜 나는 행복하게 지낼만하면 꼭 엄마 아빠 문제로 속을 썩어야 될까..


그래도 어쨌던 엄마는 암환자, 아빠는 엄마한테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 나는 호주에 있는 상황.

이를 어쩌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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