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연립방정식

어머니 못 풀어, 늙어서

by 연꽃부용


두 수의 합이 50인 두 자연수에서 큰수를 작은 수로 나누면

몫이 3이고 나머지가 2이다. 큰 수와 작은 수의 차이를 구하라.


어머니, 이거 풀어보세요.


어머니 못 풀어, 늙어서 다 잊어 버리셨을걸.


줘봐! 연립방정식 나 겁나 좋아했어.

.....


x+y=50 에서 나는 버퍼링

x=3y+2


그래 나 문과다.


개는 쓱쓱쓱 볼펜을 굴리고

돼는 문제만 보고 아직 답인지도 모르는 숫자를 외치고

쥐는 개념을 습득했다.


뭔 놈의 식이 이렇게.

다단계 판매 전략도 아니고 처음부터 문제를 식으로 만들어 풀었던 옛시절이 아니다.


한참 파동과 파장의 낱말을 따라 무의식 속을 유영하다 숫자들에 얻어맞고 정신이 혼미하다.

역시 난 언어의 복잡한 지도가 체질에 맞다.


수학을 무척 좋아했던 이유가 그 단호하고 깔끔한 식과 답이 우유부단한 국어와 달라서 명확하고 확신에 찬 매력으로 생각됐다.


현실은 국어바탕에 수학으로 서서 살고 있으니 세상 사는 데 수학도 국어도 써먹을 일 없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다.


공교육 공부만 끌어오는 데 그치지 않고 결국 삶살이 공부가 전반에 걸쳐 영향을 준다는 증거다.



아침 일찍 농장에 다녀오며 차 안에서 한 개 까먹은 귤껍질을 갓길 풀숲에 던졌다. 평소에 안 하던 짓인데, 풀밭에 던져도 귤껍질은 금세 흙이 될 거니까 밖에 던지라는 반려의 말에 아무 생각없이 휙.


뒤에 차량 한 대가 따라오는 걸 보고 며칠 전 아이들과 봤던 블랙박스 영상이 떠올랐다.


신호 대기 중 테이크아웃 커피 잔과 병을 버리던 모습을 스마트신고앱으로 제보해 상품권을 발송했다는 내용이다.

물론 종류가 다르기는 하지만 내가 한 짓이 뭐가 다르지 뜨끔 찔리는 순간.


자동차 전화벨이 울린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여보 당신 잡으러 온다고 전화왔네.


주변 거의 모든 땅을 소유하고 계신 대농 할아버지 이름이 뜬다.


여보세요.


응, 앞에 그 흰차, 1 0 0뭐, 2 땡 땡 땡, 사장 차야?


아, 네. 보셨어요? 귤 껍질인데 흙에 버린다는 게 그만.


다 봤어. 오물투기로 땡땡시에 제보하려고!


하하하하. 예, 죄송합니다.


귤껍질도 길가에 버리면 오물투기야. 하하하하.


하하하하. 네~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진짜 쪽팔렸다. 어쩌다 차창 밖으로 풀숲이 보이면 감씨나 복숭아씨를 먼데로 던지던 것까지 다 스멀스멀 기억이 난다.


에잇, 왜 하필 오늘따라 나보고 귤껍질을 버리래?


나는 괜히 아무 생각없이 시킨 대로 한 나를 탓하며 따진다.


그래, 다 내 탓이다. 태어난 내가 잘못이다.


웬만해서는 일상에서 매번 저주는 반려.

머리는 나보다 훨씬 똑똑하고 영리하다. 세상물정에는 나보다 좀 더 덜떨어져서 나랑 같이 살게 된 케이스다.


그런 반려에게서 좋은 유전자를 받은 개.돼.쥐도 머리가 좋다.


그 중에서 쥐의 머리가 약간 나를 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좋다.


연립방정식 문제를 폭탄처럼 던진 삼남매가

아침에 자신들의 부친에게 덤텅이 씌운 것을 상쇄시키려는 듯 달려든다.


귀 밝은 그는 저 끝방에서 뭐라고 뭐라고 한다.


늙어서 그래. 그리고 나도 너네 때 나이에는 머리가 핑핑 잘 돌았거든!


순간 MBTI 검사만 하면 수학교사가 빠지지 않는 개가 개인교습을 하겠다고 붙었다.


엄마! 봐봐 설명해 줄게. 예를 들어서 X, Y 합이 17이라고 해봐. 그럼~어쩌구 저쩌구

여기까지 이해 됐어? 됐지! 그리고 이걸 이렇게 나눠! 그럼 뭐야. 몫이 3이고 나머지가 2라고 했으니까.

어쩌구 저쩌구 여기까지 이해했지?


(한참 동안 설명했다.)


누나, 어머니 모른다니까.


(버럭)알거든!


어머니, 왜 화를 내세요. 다정하게 얘기하셔야죠.


......


내가 한 말은 다 가져다 써먹는다. 머리만 좋아가지고.


여튼, 나는 문제를 이해했고, 머리도 아프다.

거짓말 아니고 나 정말 수학 잘했고, 좋아했다.

믿거나 말거나 진짜다.


문제를 푼 쥐는 다른 문제를 가져오려고 폼을 잡는다.


나 책 읽을 거야!


원천봉쇄다.


나 오늘 블랙박스 제보 거리를 만들었다.

부끄럽다.


개,돼,쥐한테 다 불었다.


어머니, 왜 그랬어요~^^ 우리 어머니 블랙박스에 나오겠네~


앞으론 안 그럴 거거든!!



네, 앞으로는 아무것도 차창 밖으로 버리지 않을 거예요.

길도 나한테 침 뱉을 거 같아요.

흥! ^^





옴 샨티 샨티 샨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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