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나랑 비슷한데, 어쩜 처음부터 나였는지도 모를 익숙하나 낯선 저 곳의 나에게 말을 건다.
비슷한 시선과 비슷한 심성과 비슷한 언어들을 쓰고, 소심한 듯하나 막상 맞닥뜨리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저만큼 거리에 있는 나인 듯 내가 아니기도 한 그.
시점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조금 차이가 나지만, 나도 저만큼 덜 여문 티가 났었고 그래서 세상 밖으로 나올 때 조금 두렵기도 했으며, 나를 빼고 세상 모두만 평안하구나 고립된 생각에 사로잡혀 잠시 외롭다고 느끼던 순간이 있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보다 어딘가 있을지 모를 나 같은 나를 만나기 위해, 나에게 당당하고 부끄럽지 않기 위해 나를 친구 삼아, 나만 나를 배신하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일념으로, 때론 외롭고 고단한 삶을 버티며 살았고,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언제든 나는 나만 버리면 된다는 못된 생각을 하며 생을 버릴 수도 있다는 오만함을 부렸다.
신은 과연 머리를 잘 썼다고 그 수에 나는 말려들지 않겠다고 마음 한 편에 늘 도사리는 도발을 마스터키처럼 행사할 준비도 꾸준하게 해왔다.
삼십 년 전만 해도 내가 삼십 년 후에 세상에 없던 나와 비슷한 류의 사람들을 세상에 내어놓고 그들을 보며 지난 내 삶을 낱낱이 펼쳐보게 될 줄이야 어찌 짐작이나 했을까.
그들의 면면을 읽어낼 때면 누구도 읽어주지 않아 혼자 고군분투 스스로를 읽어내려 애썼던 나를 마주하게 된다.
한 장 일기를 넘기듯 하루하루 한 순간 한 순간, 그 꿈 같은 날들이 속절없이 흐르는 나날들 속에, 신은 과연 나를 너무 잘 알아서 나에게 딱 적합한 플랜으로 꾸역꾸역 생을 이어오게 했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