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사과

뮤지엄 산

by 수요일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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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뮤지엄 산에 가면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공간 속에 그만의 독특한 작품이 하나 있다. '청춘'이라는 이름의 푸른 사과. 탐스럽게 익은 붉은 사과가 아니라, 아직 풋풋한 푸른빛을 띤 거대한 사과 조형물이다. 그리고 그 앞에는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의 첫 구절이 새겨져 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한다."


그 문장을 마주하는 순간, 등줄기를 타고 전율이 흘렀다. 안도 타다오라는 거장의 이름값 때문도, 그가 설계한 노출 콘크리트 건물의 압도적인 분위기 때문만도 아니었다. 그 푸른 사과와 문구가 내 반백의 가슴속 어딘가에 묻어두었던 질문을 날카롭게 찔렀기 때문이었다.


돌이켜보면, 나의 생물학적 젊음은 '오욕(汚辱)'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치기와 허세가 넘쳐났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었으며, 때로는 부끄러운 실수들로 얼굴을 붉혔다. 누구에게나 질풍노도의 시기는 있는 법이라며 애써 위로해 보지만, 그때의 미성숙함이 남긴 생채기들은 여전히 기억 속에 선명하다.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용서받고 싶었던, 어설프고 무모했던 시절.


세월이 흘러 어느덧 반백이 되었다. 머리에는 흰 눈이 내리고, 얼굴에는 주름이 깊어졌다. 사회적으로는 어른 대접을 받고, 가정에서는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 그런데 문득 거울 속의 나를 들여다본다. 나의 마음은 과연 그 푸른 사과처럼 여전히 싱그러운가?

혹시 나는, 내가 그토록 경멸했던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의견을 윽박지르고, 나이라는 권위로 젊은이들을 무시하며, 변화를 두려워한 채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의 풍파에 닳고 닳아, 겉모습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늙어버린 것은 아닐까.


안도 타다오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그가 빚어낸 건축물들은 여전히 젊고 힘이 넘친다. 그가 뮤지엄 산 한가운데에 푸른 사과를 놓아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당신의 마음속 청춘은 안녕하십니까?"


육체의 젊음은 오욕 속에 지나갔을지언정, 진정한 청춘은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태도이자 의지일 것이다. 푸른 사과 앞에서 나는 다시 한번 다짐한다. 늙어가는 육체에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며,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겠노라고.


나의 진정한 청춘은, 반백이 된 지금부터 비로소 시작되어야 한다. 저 푸른 사과처럼, 여전히 설레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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