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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럽 Oct 03. 2024

볼 빨간 사추기(늙으면 어떡하지?)

48. ‘라떼들’의 올챙이 시절과 MZ세대의 ‘3요’

 요즘 MZ세대로 일컬어지는 2,30대 젊은 사람들은, 가끔 예전의 젊은 세대와는 참 다른 모습을 보여서, 기성세대가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내가 젊었을 때는 저러지 않았는데’, 또는 ‘내가 젊었을 때는 저러지 못했는데’라는 생각을 한다고 하지요.     


 하긴 예전에는 윗사람이 뭐라고 할 때 토를 다는 것조차 금기였습니다. 꼭 ‘까라면 까라’는 식의 군대가 아니어도, 직장이나 학교, 가정에서도 윗사람이 시키면 군소리 없이 하는 게 당연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시키는 일에 의문이 일더라도, 일단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의문점이 계속 남거나 내 의견을 피력하고 싶으면, 윗사람이 시킨 일을 완전히 처리한 후에, 윗사람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물어보거나 말하는 게 예의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실상 일을 완수한 후에도 그런 얘기를 밖으로 꺼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들었던 의구심이나 불만은 임무 완수와 함께 그냥 깊이 묻히기 상십상이었거든요. 스스로 임무를 완수해 놓고도 의구심이나 불만을 얘기하면, 그건 자기가 한 일에 대한 모순이자 부정이 되어버릴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마음 깊이 묻힌 의구심이나 불만은, 세월이 지나 비슷한 상황을 접하게 됐을 때 ‘나 때는 말이야, 윗사람이 시키면 무조건 시키는 대로 했어’라고 나도 모르게 훈장처럼 자랑처럼 뛰쳐나오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에 비하면 지금 21세기는 어떤가요? MZ세대라는 청년들은 윗사람이 ‘이것 좀 하라’고 무조건 지시를 내리면 대뜸 “이걸요?”하고 묻습니다. 그래서 당연할 걸 왜 묻지? 하면서 다시 하라고 지시를 내리면 또다시 이런 질문이 이어집니다. “제가요?” 윗사람 입장에서는 하라면 할 것이지 자꾸  토를 다는 게 어이없어서 “그럼 네가 해야지, 누가 하냐”라고 그러면 마지막 한 방의 질문이 따라와 박힙니다. “왜요?”      


 윗사람의 일방적인 지시에 MZ세대는 이렇게 소위 ‘3요’라고 하는 “이걸요?”, “제가요?”, “왜요?”로 되묻는다고 하니까, 군소리 없이 지시를 따르던 기성세대와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서 그걸 당연하게 알고 살아온 윗세대로서는 ‘요것 봐라? 하라면 하랄 것이지, 말이 많네? 일하기 싫다는 건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일방이 아닌 ‘쌍방 소통’을 요구하는 MZ세대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돌이켜보면 지금 윗세대도 어린 시절, 청춘 시절에 ‘쯧쯧,  요즘 것들은 말이야’ 이런 얘기를 듣고 자랐습니다. 어느 시대건 항상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와 충돌되는 면이 있게 마련입니다. 다만 예전에는 유교의 영향이 커서 요즘 세대처럼 자기 의사를 윗사람 앞에서 똑바로 피력하는 걸 무례하게 여기고 금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불만과 의구심이 있어도 꾹꾹 누르고 살 수밖에 없었던 거지요.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그런 억누름의 부작용은 아랫세대에게 전가되기 일쑤였습니다. 대개 그렇게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꾹꾹 참아낸 부조리 상황은, 자기 연민과 함께 눌려 있다가, 나보다 약한 대상한테 전가되기 쉽잖아요. 오죽하면 ‘시집살이를 심하게 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시집살이를 더 시킨다’는 속담이 있을까요?


 그런데 이젠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개구리 올챙잇적 생각하지 못하고, 아랫세대와 소통이 되지 않으면, ‘왕따’를 자초하게 됩니다. 나이 들면 그렇지 않아도 외롭다고 하는데, 곁에 사람이 모이지 않고, 사람들이 자꾸 멀어지게 되는 겁니다. 나이 들어 외롭지 않으려면, 나아가 ‘인싸’가 되려면, ‘나 때는’하면서 옛날 방식만 고수할 게 아니라, 요즘 세대와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요즘 MZ세대가 선호하는 리더십의 유형은 ‘소통형’이라고 하지요. 그러니 뭔가 일을 지시할 때 ‘이것을 네가 왜 해야 하는지’ 설명을 곁들여야 ‘강요’가 되지 않습니다. 이왕이면 칭찬도 곁들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네가 이것을 참 잘하니까 네가 이것을 하면 이런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라는 식으로요. 게다가 요즘 MZ세대는 모든 일에 ‘얼마나 편한가?’, ‘얼마나 즐거운가?’, ‘얼마나 이로운가?’ 이렇게 세 가지의 ‘얼마나’를 따진다고 합니다. 이 중 상대적으로 쉽게 충족시킬 수 있는 게 즐거움이 아닐까 싶어요. 즐겁게 일하면 힘들어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고, 나에게 큰 이득이 되지 않아도 하게 되는 게 사람 속성이잖아요. 윗사람과 함께 일하는 게 즐거울 수 있도록, 최소한 힘들게 하거나 싫어하지 않도록 배려하면 좋겠지요.     

  

 흔히 미워하고 흉보다가 닮는다고 합니다. 내가 아랫세대였을 때 흉보던 윗세대의 모습이 아니라, 내가 바라고 꿈꾸던 윗세대의 모습으로 내가 나이 들어가고 있는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아랫세대와 말이 통하지 않는 윗세대가 아니라, 올챙잇 적 기억을 잊어버리지 않고 아랫세대와 공감하면서 아랫세대와 잘 통하는 윗세대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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