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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럽 Oct 03. 2024

볼 빨간 사추기(늙으면 어떡하지?)

50.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혹시 젊었을 때, 흔히 ‘삐삐’라고 하던 무선호출기도 없던 시절, 미팅 약속 시간에 늦어서 파트너와 엇갈린 적이 있지 않으세요? 만약 그때 무선호출기라도 있었으면, 또 지금처럼 휴대전화기가 있었으면, 그 사람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보진 않으셨나요? 그 시절 그때 지금처럼 쉽게 연락할 수 있었으면 오해를 풀고 좋은 관계로 발전해서, 내 인생 항로가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하는 생각 말이에요.      

 이러한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지구 반대편에서도 SNS로 소통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더욱이 얼굴을 보면서 영상통화를 할 수 있어서, 마치 옆에 있는 듯한 느낌도 줍니다.      


 그런데 전화를 걸기 위해 공중전화기 앞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던 때보다, 지금이 오히려 소통이 원활하지도, 또 감정교류가 쉽지도 않습니다. 회사에서도 회의 대신 문자 공지로 대신하다 보니, 인간적인 유대감은 옅어지고 더 사무적이 됐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친구끼리도 소위 단톡방에서 SNS를 하다 보면, 대화라기보다 결국 자기 할 말만 하게 되는 경우가 되곤 하지요. 특히 한참 있다가 앞에 뭐라고 한 사람의 의견에 대해 문자를 올리면 각자 계속 자기 얘기를 올리고 있어서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하고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단톡방 기능에는 누구 말에 따로 답장으로 하는 기능도 있는데, 시니어들은 또 이런 작지만 요긴한 기능을 또 잘 사용하지 않잖아요. 심지어 이 친구 저 친구가 한 마디씩 문자를 올릴 때마다 단톡방에서 계속 울리는 알림음이 시끄럽고 귀찮게 들려서 바쁜 사람은 알림 기능을 꺼버리기도 합니다.


 게다가 MZ세대는 ‘폰 포비아’라고 해서, 전화통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전화통화보다는 문자를 더 선호한다고 하지요. 그 이유는 전화통화를 하면 숨결이나 목소리의 떨림 등으로 내 감정을 들키기가 쉽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SNS가 내 감정을 들키지 않는 소통수단이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아마 SNS로 누가 얘기를 했을 때, 예의상 소위 ‘영혼 없는 대답’을 올린 분들도 많으실 걸요? 그리고 ‘영혼 없는 대답’을 눈치채지 않게 하려고 이모티콘을 많이 사용하기도 했을 겁니다. 이렇듯 겉으로는 감정을 교류하는 듯 보여도, 얼마든지 내 속마음과 감정을 상대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진정한 소통과는 좀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해서 온 가족이 식사하는 시간을 중히 여기고, 식사에 집중하도록 하면서 밥상 예절등 가정교육을 하는 시간으로 삼곤 했었어요. 그러다가 TV를 보면서 식사하는 분들이 많아지자, TV를 보느라 밥이 코에 들어가는지, 입에 들어가는지 모른다고 TV를 앞에 두고 식사하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이에 비하면 요즘은 식사하면서까지도 각자 휴대폰을 보느라 대화를 별로 안 하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각자 휴대폰을 보면서 문자 보내고 문자 받느라고 대화는커녕, 식은 찌개, 식은 국을 먹는다는 거예요. 심지어 식탁에 있는 휴지나 양념을 달라고 할 때도 SNS로 달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고 하지요. 그러니까 역설적이게도 소통을 편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휴대폰과 SNS가, 오히려 제대로 된 소통을 막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겁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너무 쉽게 너무 자주 내 말을 상대에게 전할 수 있게 되어서인지, 정작 전하고자 하는 알맹이인 내 진심은 오히려 가벼워지고 말았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그러면 진정한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대화나 소통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비록 어쩌다 한 번이라도, 서로의 눈을 마주 보고, 서로의 목소리에 담긴 감정을 느끼면서 대화를 나눌 때, 그리고 같은 경험을 공유할 때 우리는 훨씬 더 친밀감을 느끼게 되니까요.     

 

 질문 하나 드릴게요. 내가 SNS에 올린 음식 사진에 ‘좋아요’를 누른 친구와, 직접 만나 떡볶이라도 한 접시 같이 먹는 친구 중 누가 더 좋으세요? 요즘은 SNS 친구들이 많습니다. 친구 사귀기도 쉽습니다. 친구 요청 해서 수락하면 바로 1초도 되지 않아 친구가 돼버리지요. 이런 친구들은 무슨 글이나 사진을 올리거나 보내면 ‘좋아요’ 등을 눌러주거나 이모티콘을 보내는 친구들인데요. 문득 진짜 친밀감, ‘찐 친밀감’은, 함께 같은 경험을 하면서 쌓아가는, 신뢰와 정이 아닌가 싶어요. SNS에서 그저 글이나 사진을 주고받는 친구와의 관계는 딱 고만큼의 친밀감만 가질 뿐입니다. 만나서 차도 마시고, 밥도 같이 먹고, 어디도 같이 가고, 영화도 같이 보고, 이렇게 함께 공유하는 경험이 많을수록 친밀감은 점점 커지게 되지요.     

 

 부부사이에도 공유하는 경험이 적고 친밀감이 떨어지면 이름만 부부지, 하숙생 같다는 표현을 하지요. 부부든, 자식지간이든, 또는 친구 사이든, 진실된 관계가 되려면, 백 번, 천 번의 SNS나 전화보다, 한 번 만나서 진심을 나누고 공감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옛말은 SNS 시대에도 틀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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