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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미덕

by 메타럽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도 잘하지 못하고 지내다가, 설연휴를 맞아 모처럼 온 가족이 모이는 댁들도 많을 텐데요.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인 만큼 반갑고 즐겁고, 서로 사랑을 흠뻑 주고받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요. 요즘은 가족끼리 오랜만에 만나도 학교 성적, 취직, 결혼, 출산, 정치 등 대화에 올려서는 안 되는 금기어들이 하도 많아서, 할 얘기도 별로 없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만나서 안부 나누고 나면 서로 휴대폰에 코를 박고 있다고 하지요.

그리고 서로 사랑을 주고받고 나누기는커녕 오히려 서운함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가령 사랑하는 자식들이 오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면서 왔다 갈 때 주려고 이것저것 다 준비했는데, 자식들은 코빼기만 비추고 금방 가버려서 서운하다든지, 나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선물을 준비해서 부모님께 드렸는데, 부모님이 기대한 만큼 기뻐하시는 것 같지 않아 서운하다든지, 나는 하느라고 하면서 사랑하는 배우자를 배려했다고 생각하는데, 배우자는 혼자 고생했다고 여기는 것 같아 서운하다든지 이렇게요.


그런데 사랑은 계산할 수 없어서 사랑입니다. 계산하면 사랑을 할 수가 없어요. ‘내가 이만큼 주는데, 넌 요만큼밖에 안 주냐?’ 이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은 줘도 줘도 또 주고 싶은 게 사랑이니까요. 앞에서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가끔 사랑하는 상대에게 서운할 때는, 계산할 수 없는 사랑의 본질을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내가 준 만큼 꼭 받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사랑의 미덕’일까요, ‘사랑의 무지몽매함’일까요?

전, 미덕이라고 여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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