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유감
예전에는 사진이 잘 나오게 하려면 고작해야 머리를 단정하게 빗고 곱게 화장하는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사진관들이 명함판 사진 등에 마치 아이라인을 진하게 한 듯 약간의 보정을 해주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여대 앞 사진관은 이력서에 붙이는 사진을 찍기 위해 찾는 젊은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얼마 전 운전면허증을 갱신하기 위해 동네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사진 찍고 나서 며칠 후 찾으러 오라고 하는 게 일반적인데, 바로 함께 보정작업에 들어가자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당사자가 보는 앞에서 주름도 쓱싹쓱싹 지워주고, 얼굴에서 비대칭인 곳은 슬쩍 대칭으로 잡아주고, 머리카락도 지워주고 늘려주고 그러는데, 본인이 원하는 단계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단계가 높아질수록 얼굴에 주름은 없지만 점점 왠지 나와는 다른 얼굴이 되어가는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결코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마치 지금의 나를 부정하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사진을 보고 “누구세요?”하고 묻지 않을 정도로 타협을 했습니다. 하긴 요즘은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니까 휴대폰 앱을 통해 셀카를 찍어서 스스로도 ‘내가 맞나?’ 놀랄 만큼 보정을 하는 분들도 많으니까 사진관에서는 더 잘해야 하는 게 당연할 테지요.
더구나 요즘은 아예 보정 차원을 떠나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에게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달라고 해서 그걸 SNS 프로필에 올리는 분들도 늘고 있습니다. 그렇게 사진을 애니메이션 장면처럼 바꾸면 따뜻한 색감, 감성적인 배경, 동화 같은 분위기가 실제 사진보다 훨씬 환상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겠지요. 다만 문제점은 그 인물이 누군지 알고 보는 건데도 이 사람이 맞나 싶고, 알지 못하는 사람을 볼 때는 '이런 사진을 왜 올렸나' 싶을 만큼 대체 누군지 알기가 몹시 어렵다는 겁니다.
문득 옛날에 권력자들이 초상화나 동상을 남길 때 실물보다 훨씬 멋지게 하라고 했다던데, 인공지능 서비스 덕분에 누구나 그런 권력뿐 아니라 익명의 서비스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