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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부문장에서 사원으로: 물류센터 이야기"

by 허당 언니


물류센터로 발령이 났다.




1시 30분, 왕복 3시간이 걸렸다. 월급은 그대로지만, 보직은 변경되었다.


“물류센터 사원”


창고 직원이 되었다.




비식품을 전체적으로 통솔했지만, 한번 '팽'당하면 이렇게 되는 건가 싶다. PB가 내 잘못일까?


마중 나오는 사람도 없었고, 내가 부문장인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분류 작업하는 사람들보다 적어도 20살은 내가 많아 보였다. 뚱뚱한 체격에 분류 작업하는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제품 분류 작업을 시작했다.


9시부터 시작되는 시간마다 땡땡이를 치는 게 대부분이었다. 라인별로 분류할 제품들이 계속 밀려왔다.




"여기 새로 오신 분, 사원님 계속 밀리잖아요. 이거 못 채우면 이 라인에 있는 사람들 다 못 가요."


그 말 한마디에 주변 사람들의 분노가 터져나왔다.


"아저씨 빨리 좀 하세요!"


내가 못하는 분류 제품을 받아서 해주기 시작했다. 온몸에 땀이 범벅이 되었다. 얼굴은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난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 재택을 싫어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요청했고, 회사에서 재고 보유일수를 줄이려고 회사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 그래서 그만큼 성과를 냈지만, 책임은 내가 다 져야 했다.
난 빛나던 사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을까? 불과 몇 달 전인데, 아득하게 느껴진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빛났다. 영업에서도, 이직을 할 때도 항상 달고 다니는 말은 "내가 무식하니까 니들이 알아서 해"였지만, 버티고 버틴 25년의 세월.

아무리 영업이었지만,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이미 있는 판매처에서 판매를 하거나, 다들 직장인, 회사원들의 회사 대 회사 업무였다. 그냥 한 조직의 부품처럼 연차가 되어 올라간 사람인 것 같았다. 나름 나의 필살기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한 번 팽당하니깐, 이게 다 부질없었다.
물류센터에 정수기가 한 대뿐이라고, 누가 더위로 죽어 나간다는 것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회사에 출근할 때마다 정문에서 보던 것들이 나의 현실이 되었다.
"40도의 찜통, 정수기는 한 대뿐"
"노동자의 연이은 죽음은 우연이 아니다."
"생명을 짓밟은 효율성의 비극"
"작업 속도를 올려주세요. 노동자의 죽음이다."

다행인 것은 물류센터 작업장에서 집까지 버스 셔틀이 있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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