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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PB 상품 검색 순위 조작, 공정위 조사 받다"

by 허당 언니



“이 신문 기사는 뭐야? N유통사가, 자체 브랜드(PB) 상품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PB 상품명이 홈페이지 검색 순위 상단에 오르도록 조작했다고? 이게 왜 기사가 뜬 거지?”

“기사 나고 바로 그분들이 오셨어요. 빨리, 직원들 노트북 안 뺏기게 외근으로, 재택근무로 돌리세요!”

모든 MD는 기본적으로 노트북을 지급받는다. 노트북을 가지고 출근해서 일을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긴급 조사가 나왔을 때 노트북을 뺏기지 않으려면, 직원을 피신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회사의 모든 자료는 구글 문서나 OFFICE 365를 통해 결재가 이루어지고, 공정위가 직권조사를 나오면 해당 사이트는 차단되어 위기를 모면해왔다.

“지금부터 빨리 회사 밖에서 근무해. 나가!”

“부문장님, 오프라인에서도 PB 관련 공정위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검색순위 상단에 노출시키는 게 오프라인 매장에서 진열하는 행위와 동일한 거 아니겠습니까? 오프라인에서는 별 문제 없이 넘어갔습니다.”

“그래? 그럼 관련 자료 조사해서 가지고 와. 우리 법무팀에서도 리뷰 조작이 적법하다고 인정해줬으니까, 해당 건 정리해서 가져와 봐.”
조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 과정은 쉽지 않았다. 모든 책임자 자리와 메일, 결재 서류의 모든 것들은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니들이 다 개발하고 판매가 안 된다고 해서 내가 도와줬지. 얘기만 해준 거라구.”

“이근성 부문장님 지시하셨잖아요. 리뷰 조작과 노출 조작.”
“아니에요! 상품 리뷰 안 하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그동안 좋게 좋게 서로 암묵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던 사람들은 공정위가 들이닥치자, 책임질 사람은 나였고, 직원들은 나를 지목하며, 관련 부서도 다 내가 요청해서 부득이하게 했다고 입을 맞추었다.

“젠장, 니들이 이러기야! 조 팀장, 내가 저번에 구조조정할 때 너 제외시켜 준 거 몰라? 배은망덕한 놈들 같으니라구. 내가 방패야. 왜 내가 다 책임을 져야 하는데?”

결국 과징금은 나왔고, 그 모든 책임은 내가 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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