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의 성공적인 런칭과 매출 상승으로 추가 인센티브는 내 연봉만큼 되었고, NB 업체와의 무난한 계약으로 승진도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아내가 갑자기 신도시의 근린상가를 샀다고 했다. 상의도 없이, 내가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 모르는데, 입지는 분석한 걸까? 또 짜증이 나기 시작했지만, 아파트 분양으로 재산을 이뤘으니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여긴 왜 샀어?”
“XX 아빠, 우리 동네 그 분 알죠? 그분이 샀대. 적극 추천한다고, 여기가 GTX 라인이고, 바로 전철 옆이고, 1분 거리래. 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이고, 분양사 보유분이라 20%나 싸게 해준대.”
“가보기는 한 거야?”
“아니, 멀 가봐.”
“가보지도 않고 계약을 했다고?”
“물건이 바로 없어진대. 우리는 지인 할인이라 20% 할인해주고, 분양 전에 롯데리아, 커피솝으로 맞춰준대. 그럼 월세가 200~300만원, 보통 5% 정도로 생각하면 된대. 지금 금리가 3%니까 은행보다 낫잖아.”
“돈은 있어?”
“계약금은 내가 냈고, 중도금, 잔금은 무이자 대출 된대. 내가 월세 받으면, 갚아 나가면 되지?”
“우리도 수익형 부동산이 필요하잖아. 월세 따박따박 200만원씩 들어오면 그게 어디야? 언제까지 자기가 회사에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도 다들 앞으로 10년은 뒷바라지 해줘야 하는데.”
공실이 났다. 전철은 언제 들어올지 모르고, 신도시라서 항아리 상권.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는다.
“차 대리, 잠깐 나 좀.”
정말 이런 얘기는 하기 싫었는데, 그래도 주변에 상가에 대해서 알 거 같은 사람은 차 대리뿐이었다. 그리고 말도 잘 듣는 놈이고.
“안사람이 덜컥 상가를 분양 받았다고 하는데 이거 상권 분석 좀 해봐.”
“아, 여기요. 광고 많이 하던데요. 사모님이 하셨군요.”
“알아? 차 대리도?”
“잠실역 앞에 곳곳에 붙어 있잖아요. 행주 나눠주면서 아주머니들이 분양 홍보관에 와보라구 계속 홍보하던데요.”
전철 타러 가는 길에 아줌마들이 뭔가 나눠줬던 게 생각이 났다. 그냥 광고지라고 생각했는데, 마누라가 그걸 봤구만, 하는 생각이 들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분양가를 얼마로 받으신 거에요?”
“10억인데, 분양사 보유분으로 20% 할인해서, 세입자도 맞춰준다고 하는데, 그냥 분양하는 애들이 빠졌어. 지금 공실이야.”
“전액 현금으로 사신 거에요?”
“아니, 계약금은 줬고, 나머지는 대출, 월이자만 200이야. 그래도 고정금리로 4.5% 정도해서, 그렇지. 이것도 1년이라서, 처음에는 250정도 맞춰준다고 해서, 이자만 내고, 상가는 상가대로 오르겠지 했는데, 왠걸, 그냥 세입자가 안 구해지니까 관리비도 50만원 정도 되고, 상가라 그런지 관리비도 엄청 비싸. 생돈 300이 나가고 있어.”
“우선 월세를 낮추어서 세입자를 좀 구하셔야 할 거 같아요. 주변 시세는 알아보셨어요?”
“지금 거의 공실인가 봐요. 근래 맞춰진 곳이 150에 됐대요. 아직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서.”
“그럼 우선 관리비와 대출 이자도 있어서, 150에 맞추어서 내놓고, 상권이 형성되면 월세를 올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으로 5% 이상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좀 200 정도 맞춰서 해야 하는데.”
“부문장님, 매년 5%로 제한하는 게 맞지만, 관리비를 인상하면 됩니다.”
“아,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어?”
갑자기 차 대리가 대단해 보이기 시작했다. 혼자서 외벌이 하는 거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부동산이면 부동산, 주식이면 주식, 이렇게 바싹한 거야? 근무 시간에 그런 거나 찾아보는 거 아니야?
‘들리는 소문에 차 대리 와이프가 인플루언서여서 수입이 월 몇천씩 번다고 하는데, 그럼 차 대리는?’ 어떻게 돈을 번 거야? 50억이 벌써 재산이 됐다고 하던데.
“차 대리, 근데 소문에 재산이 50억이라면서?”
“아, 그거요. 아파트 몇 번 갈아타고, 와이프가 잘 벌어서, 주식 투자를 했더니, 어느 순간에 그렇게 됐더라고요.”
“그럼 사실이야?”
“네네.”
“어떻게 했는데?”
“신혼 때 월세로 살면서 아파트를 사고, 오르면 팔고, 지역을 몇 번 옮겼어요.”
“그게 돼?”
“인플레이션이 제 월급보다 더 빨리 오르더라고요. 대출은 아파트 인플레이션으로 다 해결을 했네요. 와이프가 아이 낳고 아껴서 좀 고생도 했죠.”
노후 준비가 다 됐을 차 대리가 부러웠다. 40대 중반에 서울에 집 2채라니, 그것도 자기가 벌어서. 나보다 월급을 적게 받았을 텐데, ‘내가 뻑기면서 집 사서 돈 벌었다고 했을 때, 그것도 분양으로 얼마나 비웃었을까?’ 그런데 이번엔 상가 분양을 잘못 받은 걸 알고 있으니 걱정은 됐지만, 주변에 나처럼 집 한 채 있으면 노후 준비는 다 했다는 생각이 드는 친구들과 회사 사람들뿐이었다. 그게 내 인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