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N사, 경영 변화에 따른 조직 재편성 공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노트북을 켰다. 유관 부서에서 온 메일들이 잔뜩 쌓여 있었고, 그중 인사팀에서 온 메일이 있었다. 충원하는 인원이 없어서, 타 부서 인원들 면접을 볼 때 간혹 인터뷰하라고 연락이 올 때가 있어 그 메일인 줄 알고 열어봤다.
제목: 구조조정 관련 안내 사항
안녕하세요, N사 인사팀입니다.
먼저, 이번 메일을 통해 회사의 중요한 변화에 대해 안내 드리게 되어 유감스럽습니다. 최근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불가피하게 일부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모든 직원 분들께 주요 사항을 안내 드리고자 합니다.
구조조정 배경
현재 회사는 시장 변화 및 경영상의 다변화를 이유로, 더 나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 조직 재편성 및 구조조정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회사의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입니다.
구조조정 대상
구체적인 대상 부서와 인원은 [인사팀]과 각 부서 담당자가 협의하여 결정하였으며, 각 부서의 상황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해당 직원들에게는 별도의 개별적인 안내가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구조조정 일정
구조조정 발표 일자: 이번 주, 대상
해당 일정에 맞추어 세부적인 안내 및 개별 상담이 진행됩니다.
지원 및 대책
구조조정 대상이 된 직원들에게는 회사 차원에서 가능한 지원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퇴직금 및 관련 법적 절차: 법적 절차에 따라 퇴직금 등 모든 관련 사항이 적절하게 처리될 것입니다.
취업 지원 프로그램: 재취업을 위한 프로그램과 지원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취업 관련 컨설팅, 이직 지원 등이 포함됩니다.
심리적 지원: 인사팀은 이번 구조조정에 영향을 받은 직원들의 심리적 안정과 지원을 위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기타
구조조정에 대한 궁금한 점이나 개인적인 문의 사항은 인사팀으로 직접 연락 주시면 최대한 빠르고 상세하게 답변 드리겠습니다. 모든 직원 분들이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걱정을 하지 않도록 최대한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예정입니다. 회사는 이번 구조조정이 임직원 개개인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과정임을 이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사항은 추가적으로 공지될 예정이니, 관련 정보는 반드시 확인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N사 인사팀 드림
메일을 확인한 후, 나는 곧바로 인사 부문장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 아침에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게 갑자기 멉니까? 너무 급하게 추진하면 어떻게 합니까? 저희 직원들은 다 한 솥밥 먹는 식구인데, 어딜 가라고요? 그리고 현재 온라인 매출이 급상승하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하는 거죠?”
인사 부문장은 차분하게 말했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안 좋아져서, 우선 1차로 선발하고 인원을 추려야 한다고, 지시사항이니 어쩔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우리 부문에서 1~2명은 희망퇴직을 받으라구요? 이게 할당입니까? 갹출하게? ㅎㅎ 아무런 기준 없이 어떻게 사람들을 선발해야 합니까? 일을 이렇게 하는 거 아닌가요?”
“회사 전체 인원이 포함됩니다. 부문장님도 포함해서 갹출해야 합니다. ㅎㅎ”
인사 부문장의 말에 나는 기가 찼다. 그는 전형적인 온라인 출신으로, 미국 물을 먹은 어린 놈 같았다. 그래서 싸가지가 없는 듯했다. 선발하라는 사람도 포함한다는 말에 농담도 정도가 있지, 저 사람이 나를 얼마나 같잖게 봤으면 그런 말을 했을까 싶었다.
“그럼 인사 부문장님도 포함되니까 먼저 솔선수범하시죠. ㅎㅎ”라고 받아쳤다.
“지들이 하기 싫은 일은 꼭 이렇게 나오는군요. 왜 이런 것도 제가 해야 하는 거죠? 구조조정은 인사팀 일이 아닌가요? 왜 제가 해야 합니까?”
“그럼 희망퇴직 처우는 어떻게 됩니까?”
“첨부 문서가 있는데, 회사의 자금난에 의한 구조조정이라서 외부 투자금이 들어오지 못해서…”
“혹시 그렇게 구조조정을 한다면 팀장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안 될까요?”
최대한 상황을 파악하고 싶었다. 어떻게 사람을 고를 수 있겠나.
팀장 회의를 소집하고, 우선 각 인원별 3년 평가를 가지고 오라고 지시한 뒤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