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W사에서 자리를 못 잡고, 욕바지 역할을 하고 있을 무렵, 양차장은 내가 나간 자리를 꽤 차고 작년에 승진도 했다고 한다. SCM 총괄 부문장이다. ‘숫자에 강한 놈이니깐, 내 대신 회의를 들어가면서, 정확한 분석을 내 놔겠지, 내가 관두지만 않았으면 그 자리는 내꺼였는데’
“선배, 요즘도 바쁘시죠? 어떻게 지내세요? 안부 차 연락 드렸어요”
역시 이 녀석은 내가 W사를 관둔 것도 다 알면서, 내 자존심 안 건드릴려고 슬쩍 물어보네. 죽어도 짤리기 일부 직전이여서, 거기 텃세가 심해서, 관두었다고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잘 지내지. 짐 산책 나왔어. 쉬고 있거든”
“아 그러세요. 얼마 전에 비식품부문장이 관두어서요. 선배님이 괜찮으시다면, 오시면 좋을 거 같아서요. 내부 직원 추천이면, 바로 면접 볼 수도 있구요”
“어 그래? 그럼 이력서 양차장한테 보내면 되냐?”
“네 선배님”
비식품부문장 이라면, 내가 전에 맡던 식품부문보다 매출이 작았다. 식품보다 비식품이 매출은 작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인지. 양차장이 나의 백수 소식을 듣고, 기회를 준 게 고마웠지만, N사 CEO 하도 지랄맞아서, 그 안에 본부장과 부문장이 다 나갔다고 한다. N사 CEO는 임원급들, 직원들과 회의를 할 때, 어떤 문제점에 답안을 가져오지 못 할 때, “방법이 없어요. 돌파구가 없어요.” 하는 대답을 하면, ①안경을 벗고, ②머리를 쓸어 올리고, ③ 자리를 박차고 회의실을 나가는데, 그 뒤로는 바로 그 임원들은 회사를 나가야 했다. 왜냐면, 그 후에 그 임원, 직원은 모든 회의, 업무에서 배제된다. 나가라고 하지 않지만, 일순간 회사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이다. 그렇게 배제된 체 2달을 버틴 사람들을 보았다. 그 사람은 해직통보는 받지 않았지만 바로 자신의 업무에서 배제 되었고, 인사발령이 전혀 엉뚱한 곳으로 났고, 자리가 아무도 없는, 자신의 근무하던 층에서 벗어서, 신입사원들을 위한 대기 좌석에서 앉아서 2달동안을 버티다 나갔다.
한번 CEO의 눈밖에 난 사람에게는 아무도 눈인사 조차하지 않는다. 어제까지 만해도 그들에게 잘 보 일려고 그렇게 애쓰던 사람들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여기서 살아 났기 위해서는 먼가 항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 더 악착같이, 윗사람에게 충성을 다했고, 아랫사람을 윗사람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 때까지, 죽도록 갈구었다.
그래서, 잘 부탁한다고 전화를 할 사람, 즉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젠장.’ 그럼 첨부터 다시 면접을 다 봐야 하잖아. 그래도 거긴 2년을 버틴 회사이고, 내가 현재 갈수 있는 회사도, 연봉을 맞춰 줄 수 있는 곳도 여기가 최선이고’.
서류전형, 3번의 전화면접, 2번의 화상면접, 대면면접이 이루어졌다. 면접만 2달을 본거 같다. 잊을 만 하면, 한번씩 연락 오는 이 경력직 면접에, 과연 이 회사가 사람을 채용 할려고 하는지 의심스러웠다. 이제 정말 꽁쳐 놓았던 생활비도 다 떨어지고 아내의 눈치 밥은 계속 되었다. 아니 내가 눈치를 보는 건지, 슬슬 아침에 아내가 나가면, 세탁기도 돌리고, 청소도 해 놓고, 내가 먹은 것들 설거지도 해 놓는다.
다행히 인사과에서 연락은 왔고, 1년만에 재입사를 했지만, 상황은 녹록치가 않았다. 내가 알던 그 회사가 아니었다. 2년동안 모시던 분들이 다 나간 임원들 자리에, 미국의 A사에서 넘어온 오리지날 미국인들이 앉아 있었고, 그들을 섬기는 bilingual (이중언어사용자)가 사람들, 가능한 유학파 경력직이 있었다. 그들은 오로지 외인부대였다. 높은 연봉과 스톡옵션으로, 성과를 내지 않으면 짐을 싸고 나갔다.
“이부문장님, 임원회의” 따로 비서가 없어서, 따로 회의 연락도 못 받았다. 양차장이었다.
얼떨결에 참석한 회의에 CEO가 있었고, 분위기는 심상치가 않았다. 일상적인 소비재 품목이 아니라,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들과 정가를 표방하는 브랜드사의 지속적인 탈퇴, 계약해지, 요청건, 납품 거부 및 입점 거부가 안건이었다.
“제가 몇 번을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이제 브랜드가 필요 하다구요. 살게 없대요. 소비자들이 지치기 전에 모든 상품을 취급하셔야지요? 얘기한지가 몇 번인데, 아직 성과가 이 모양입니까?”
“저희 MD들이 계속 회사도 찾아가고, 방문을 해도 입점을 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업체도 계약해지를 요청 했구요”
“화장품부문장님, 그게 말이 됩니까? 직매입을 하겠다고 하는데, 왜 온라인셀러보다 물건을 못 구해 오는 겁니까? 논리상 말이 안되지 않습니다. 온라인 셀러가 개인업자이고, 그들도 취급하는데 그런 브랜드를 매입해서 판매를 못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화장품 메이저급 브랜드사들은 저희가 하고 있는 Dynamic pricing, 가격연동건(판매)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실추되었고, 이로 인해서, 가격으로 장난을 치는 사람들, reseller리셀러(구매후 재판매)이탈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원인은 최저가 매칭에 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가 특히 문제인데, 이 가격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합니다. 글로벌 브랜드 업체에서 얘기하는 건은 바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를 해달라는 요청이 지속적으로 발생을 하고 있습니다.
“네?????? 왜 합리적인 가격이죠? 가격이 제일 싸다면 그건 합리적 가격이 아니라 최저가죠. 최저가라 부르는 게 맞아요”
“이렇게 최저가 매칭이 되니깐, 판매가가 무너지면서, 글로벌 브랜드들이 납품을 안하고 있습니다. “
“그걸 설득하게 당신들이 월급받고 하는일 아닙니까?”
CEO는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것까지 내가 해결을 하면 내가 그 자리에서 월급을 받지,하는 표정으로 “당신 역할이 뭡니까? 문제만 제기 하는 자리에요?” 화를 내기 일부 직전이었다.
첫 임원 회의는 분위기 파악하는 회의여서, 부문장급은 말 한마디도 못하는 회의였다. 참관자로 그냥 지나갔지만, 솔직히 남의 일이 아닌 거 같았다. 저런 CEO의 화가 언제 나한테 꽂힐지 모를 거다. 저 화장품 부문 장은 좀 위태위태 보였다. 언제 어떻게 팽을 당할지 모를 일이다.
업무를 빨리 파악하고 싶었지만, 그 동안의 빈자리, 1년정도의 공백은 회사가 변화하는 만큼 빠르게 변화가 있었다. 온라인으로 성장한 유통회사 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