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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PB 제품의 기획과 판매, 그 사이의 간극"

by 허당 언니



업무는 정신없이 돌아갔다. 8시부터 시작된 회의는 하루 종일 계속되었는데, 각 부문에 추가 목표가 부여되었다. PB 런칭이었다. NB의 상품들이 어느 정도 온라인 유통에 자리를 잡았지만, 매년 이슈가 되는 게 이익 개선이 안 되는 것이었다.
이익을 개선하려면 PB 개발뿐이 방법이 없었다. 이것을 알고 CEO는 전 부문 PB 개발을 지시했다.
CEO의 목표는 년말까지 NB 매출의 1/2을 PB로 달성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산정된 목표는 비식품 PB 1000 상품수/월 목표가 떨어졌다.

‘매달 출시되는 PB 상품은 매달 이렇게 어떻게 출시해?’
‘제조사에서 한번 제품을 출시하려면, 기획부터 제조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도 걸리는데, 글로벌이면, 디자인이 글로벌 헤드에 맞는지 확인하고, 디자인 도출, 나오고, 마케팅 나오는데… 여기서는 이게 먼 소리야.’

이렇게 생각이 되었지만, 각 팀장들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에 나와서 각 팀장들을 호출했다. 별 무리 없이,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의아했다. 제품 개발을 어떻게 한다는 거야. 제조사도 하나도 없는 이 유통 회사에서.

“부문장님, 보통 유통사의 PB 개발은 각 카테고리별 상위 1, 2위 상품들을 그냥 카피합니다. 우선 NB들의 제품 뒷면에 OEM 맡긴 공장들 컨택해서, 단가 맞으면, NB 브랜드들하고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하고 됩니다. 보통 NB들이 이익율이 20%인 것에 비하면 PB 이익율을 40~50%로 보죠. 그럼 빨리 하죠. 유통사 PB 제품들은 거의 다 그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조 팀장이 유통업체 출신이라 그래도 아는 척을 한다. 물론 실무는 밑에 직원이 하겠지만. 각 카테고리별로, 담당 MD별로 타겟 수량이 정해졌고, 목표량이 부과되었다. 추가해야 할 매출과 기존 브랜드를 같이 해야 해서, 담당 MD들이 볼멘소리를 했지만, 한국의 PB는 브랜드 상품의 카피 제품으로 카피캣이라고 말했던 조 팀장의 말을 듣고 한숨 놓였다.

제품의 개발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출시되었다. 판매가 시작되었지만, 생각만큼 브랜드 인지도가 없어서, 출시하자마자 NB처럼 빠른 판매는 안 되었다. 매출 활성화 방안을 내라고 했지만, 브랜드 제품만 팔아보던 MD들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재고가 쌓이니, SCM에서 연락이 왔다.

“부문장님, PB 제품이 출시된 후 재고 보유일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해당 건 관련해서 CEO한테 보고를 해야 해서요.”
“재고 보유일수가 얼마나 늘었는대요? 재고 보유일수가 100일 정도 됩니다.”
“그럼 몇 일 정도로 줄여야 합니까? 30일 정도로 해야 됩니다.”

신경질이 났다. MD들이 지네들이 개발해놓고, 왜 나한테 책임을 물어.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그래, 대책 방안이 뭔지, 돌아가면서 얘기해봐.”
“우선, 저희가 할 수 있는 마케팅이 한계가 있습니다. NB들은 바이럴 마케팅, 유튜브, 인스타 인플루언서, 블로그, 오프라인의 증정 행사까지 하는데, 저희는 제품을 개발해 놓고 할 수 있는 게 NB보다 판매가를 몇 백 원 낮추는 것뿐이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MOQ도 있어서, 물량을 한 번에 발주해야 합니다.”

“그런 상황은 다 알고,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다는 거야? 현재 전체 비식품 부문 재고 보유일수가 100일인데, 이걸 1/3로 30일로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가지고 오라구. 차주 CEO 보고니까 각자 준비하고, 이번 주까지, 조 팀장, 일단위로 소진율 및 매출 달성률로 해서, 숫자 만들어서 가지고 오고.”

“네. 기안이 너무 촉박해서요. 좀만 늦춰주시면 안될까요?”

“조 팀장, 정신 차려. 여기가 오프라인인 줄 작년 성장률 개선하는 유통사인 줄 알아? 차주 CEO 보고 전에, 뭔가를 보여줘야지. 여긴 작년 대비 성장률이 아니라, 월별 신장률을 보는 거 몰라, 웬 헛소리야. 여기 MD들이 다 기획한 거 아니야. 그럼 방안이 나와야지. 내가 다 책임지고 보고를 하는데, A안, B안, C안으로 방안을 같이 마련해 와야지. 내가 다 떠먹여줘?”

회의는 이렇게 끝냈다. 이 PB 재고 소진, 활성화를 못하면, 나의 직장 생활의 마지막이 될 것 같았다.
‘CEO 직보’, 처음 보고가 될 텐데, 그것도 SCM 부문장이 보고하는 부진 재고를 먼저 해야 되니. 어떻게든 면피를 하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MD들이 제품 개발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잘 가르치겠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분명 여기가 학교냐고 할 테고
‘개발을, 상품 기획을 제대로 못해서 그렇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인력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그런 사람들만 채용했냐고, 이상하게 타 부서와 내가 그동안 면접 본 사람들을 폄하해서, 나를 깎는 발언일 테고
‘최대한 소진 계획을 세워보겠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아직도 이러고 있으니, 이 모양 이 꼴이라고
기존 칫솔 회사에서는 신제품의 출시되면, 항상 영업과 상품 기획의 업무 성과에 대해서 아귀가 있었다. 근데, 제품의 부진의 몫은 거의 상품 기획 쪽에 있었다. 영업 상무의 입김도 있었지만, 영업에서는 그저 판매가 할 뿐이지, 시장을 분석하고 수요를 예측하는 것은 거의 상품 기획 쪽의 몫이었다. 잘 팔리면, 뭐. 내가 잘하는 거겠지만, 그러니까.. 이런 쓰레기, 잘 안 팔리는 MD들이 자꾸 짜증 나고, 계속 거짓말만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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