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탈원전은 옳은 선택인가?

원전

by 기린

대만의 전력 안정성은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 그 자체다. 최근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 있었던 장시간의 정전 사태를 떠올려보면, 대만처럼 고집적 전력을 요구하는 반도체 산업 중심의 국가는 훨씬 더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인 TSMC가 대만에 위치해 있다는 점은 이 문제의 무게를 더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대만의 민주진보당(DPP)은 원전 퇴출을 주요 공약으로 삼았고, 실제로 점진적인 폐쇄를 추진해 왔다. 현재 대만은 전력의 상당 부분을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에 의존하며, 이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문제는 이 수입 경로가 전적으로 해상 운송에 의존한다는 점이며,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운다.


현재 중국은 대만 해협에서 군사 훈련, 회색지대 전술, 경제 압박 등을 통해 대만에 대한 물리적·정신적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해상 봉쇄를 실시하거나 간접적으로 수입선을 차단한다면, 대만은 단기간에 전력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전력 위기는 곧바로 산업 생산 차질, 나아가 국가 기능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2024년 대선에서 DPP는 정권을 유지했지만, 국회에서는 과반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보수 성향의 국민당(KMT)은 원전 재가동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원전을 찬성하는 보수와, 원전을 반대하는 진보의 구도는 한국의 정치 상황과도 유사하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대만의 탈원전 정책은 현실과의 괴리를 드러낸다. 이상적인 에너지 전환의 방향성과는 별개로, 현재의 지정학적 위협과 에너지 수급 구조를 고려할 때 원전은 최소한의 안보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무조건적인 탈원전은 이상주의적 선언일 수는 있어도, 대만이라는 섬 국가의 현실적 생존 전략이 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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