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채권국 등극

독일

by 기린


https://www.economist.com/the-world-in-brief

독일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채권국에 등극했다는 소식은 매우 흥미롭다.
물론 일본이 채권 규모나 GDP 면에서 독일에 밀린 것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엔화 약세가 큰 역할을 했겠지만, 그 이면에는 일본의 고령화, 장기 저성장, 소비 위축이라는 구조적 요인도 자리하고 있다.

문득 독일이 보유한 미국채의 규모가 궁금해 찾아보니, 약 970억 달러(2024년 12월 기준)에 불과했다. 반면, 일본은 1조 615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채를 보유 중이다. 무려 10배 이상의 차이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핵심은 통화의 구조적 차이에 있다.
독일은 자국 통화 대신 유로를 사용하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을 총괄한다. 반면 일본은 독립적인 자국 통화인 엔화를 사용한다.
일본 정부나 중앙은행은 환율 방어나 수출 기업 보호를 위해 달러를 대규모로 보유해야 하고, 그 달러는 주로 미국채 형태로 관리된다.
반면, 유로는 이미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이 굳이 미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할 필요는 없다.

대신 독일은 제조업 기반의 무역흑자를 바탕으로 축적한 자금을 미국채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해왔다.
이처럼 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은 달러에 대한 구조적 의존도가 낮고, 이는 해외자산 구성의 다변화로 이어진다.

통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최근 달러 인덱스(Dollar Index)가 떠올랐다.
달러 인덱스는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인데, 처음엔 당연히 위안화가 포함됐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위안화는 포함되지 않고, 엔화, 유로, 파운드, 스위스 프랑, 캐나다 달러, 그리고 스웨덴 크로나가 구성 통화였다. 이 중 스웨덴 크로나가 다소 의외였다.

자연스럽게 북유럽 국가들이 떠올랐다.
핀란드는 유로화를 사용하지만,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각각 크로나와 크로네라는 자국 통화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EU와 NATO 중 하나에만 가입하거나, EU 회원국이더라도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덴마크처럼 유로에 고정환율제를 도입하고도 자국 통화를 고수하는 사례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은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미국과의 전략적 연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판 MAGA라 할 수 있는 ‘MEGA(Make Europe Great Again)’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앞으로 유럽 내에서 통화 통합을 시도하거나, 반대로 브렉시트처럼 통화와 주권을 둘러싼 균열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의 불균형과 정치적 선택들이 향후 유럽의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GPS, 태양광, 그리고 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