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책의 음악노트 (5) 빛과 그림자

사랑, 청춘 그리고 파멸의 그림자, 말러 교향곡 5번

by 푸른책

뽀글머리 시절의 두다멜이 열정적으로 흔들며 지휘하던 말러 교향곡 5번은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하다. 그의 손끝에서 폭발하듯 쏟아지는 첫 악장의 트럼펫 소리는 공기를 찢으며 청춘의 비극을 알린다. Trauermarsch, 장송행진곡이라는 이름처럼 날카롭고 비장한 울림은,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선 말러 자신의 심장 고동과도 같다.



이 교향곡의 전환점이자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네 번째 악장 아다지에토다. 현악과 하프만으로 연주되는 이 악장은, 알마를 향한 사랑의 고백으로 알려져 있다. 까칠하고 완벽주의적이었던 말러가 그녀를 위해 쓴 곡이라는 해석은 낭만적인 전설처럼 전해진다. 결혼 초, 사랑의 열정 속에서 탄생한 아다지에토는 고백의 편지이자 잠시 머문 황홀의 초상이었다. 그러나 그 사랑이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음악은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나는 이 아다지에토를 들을 때마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연주를 떠올린다. 꿈속에 잠긴 듯 몽환적인 해석은, 마치 첫사랑의 달콤한 어지럼증과도 같아 내 마음을 오래 붙잡는다. 동시에 이 음악은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는 퇴폐적 아름다움으로, 박찬욱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는 파멸과 허무의 길로 안내하는 음악으로 쓰였다. 같은 곡이 사랑의 찬가에서 파멸의 배경음악까지, 삶의 양면을 비추는 거울처럼 기능하는 것이다.



말러의 교향곡 5번은 1901년, 심장 질환으로 죽음을 목격한 뒤 다시 삶을 붙잡고, 사랑을 만나 결혼으로 이어진 시기에 쓰였다. 그래서 이 곡은 죽음과 사랑, 절망과 환희, 파멸과 낭만이 뒤섞여 있다. 나는 이 음악을 들으며 지난 내 청춘과 사랑, 슬픔과 낭만을 다시 비추어 본다. 음악이 끝나고 남는 것은 허무가 아니라, 그 모든 것을 견뎌낸 존재의 흔적이다.



그렇다면 이 음악은 우리에게 사랑의 찬가로 남을까, 아니면 파멸의 전조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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