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책의 음악노트 (7) 사랑을 노래하다

Besame Mucho, 뜨겁고도 유쾌한 사랑의 노래

by 푸른책

그랜트 그린의 연주는 단선율로 비교적 단순하게 흐른다. 그러나 그 안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있다. 형식미보다는 서정에 가까운, 마치 슈베르트가 들려주는 가곡처럼 따뜻하고 친근하다. 그는 연주자라기보다 타고난 이야기꾼에 가깝고, 그가 들려주는 선율은 우리를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하면서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예전에 코엑스 에반레코드에서 처음 들었던 그의〈Besame Mucho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매장에는 재즈 코너가 따로 있었고, 재생되는 음반의 자켓을 올려두곤 했다. 그날 파나마 햇을 쓴 그린의 익살맞은 모습이 걸려 있었고, 곡이 끝날 때까지 매장을 떠날 수 없었다. 단순한 선율 속에 담긴 여유와 매혹은 ‘이야기 같은 재즈’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Besame Mucho〉는 1940년 멕시코의 젊은 작곡가 콘수엘로 벨라스케스가 만든 곡으로, “당신이 떠날지 모르니 지금 이 순간 키스를 해 달라”는 간절한 사랑의 고백을 담고 있다.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았던 그녀가 쓴 이 곡은 단숨에 세계적으로 퍼져나갔고,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라틴 노래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비틀즈, 플라시도 도밍고, 다이애나 크롤까지 수많은 아티스트가 각자의 방식으로 불렀다.



재즈 뮤지션들에게도 이 곡은 매혹적이었다. 볼레로 특유의 애절한 정서를 살리기도 했고, 라틴 리듬과 재즈 화성을 섞어 새로운 매력을 만들기도 했다. 그랜트 그린의 버전은 특히 인상적이다. 그는 곡의 애절함을 고스란히 가져가기보다, 담백한 단선율과 유머러스한 리듬으로 풀어냈다. 원곡이 슬픔에 가까웠다면, 그린의 해석은 여유와 기쁨에 가까웠다.


한편으론 예능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이 능청스럽게 “메사메 무초~”를 부르던 모습도 떠오른다. 원래는 애절한 사랑 노래였지만, 우리 일상 속에서는 익살스럽고 친근한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그린의 연주 역시 그런 여유와 정겨움을 담고 있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웨스 몽고메리와의 대비였다. 웨스의 연주는 촘촘하고 짜임새가 넘치며 긴박한 흐름을 만든다. 그의 옥타브 주법과 치밀한 구조는 마치 바흐의 대위법처럼 정교하게 얽혀 있다. 그린이 슈베르트처럼 이야기하듯 흘러간다면, 웨스는 바흐처럼 구조와 질서 속에서 긴장을 빚어낸다. 늘 〈Idle Moments〉로 기억되던 그린이었지만, 그날 에반에서 만난 〈Besame Mucho〉는 그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슈베르트 같은 그린과 바흐 같은 웨스. 두 길은 달랐지만, 결국 그들이 전해준 재즈는 삶과 이야기, 그리고 시대의 감정을 담아내는 또 다른 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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