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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은 우울증일까?

by 생각하는뇌

이전 글을 보려면 아래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https://brunch.co.kr/@ffb554a8cf9947d/17


※주의 : 번아웃은 아직 완전히 그 메커니즘이 명확히 밝혀진 증상이 아닌 만큼 제 정보가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잘못되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줄 요약

1.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우리 몸의 체계인 SAM 축/HPA 축은 번아웃과 관련이 있음.

2. 우울증과 달리 번아웃에서는 HPA 축에서 분비되는 corticoid가 낮아지는 속도가 더 빨랐음.

3. 그 결과 기상 후 corticoid가 더 빨리 낮아져 무기력한 상태/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가 유지됨.

결론 : 번아웃은 신체적으로도 변화가 동반되는 정신적 문제이니 이 점을 이해하고 스스로 잘 대응해야 함.



저번 글에서 번아웃이 어떤 의미인지, 그 역사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찾아보았다. 그런데 이렇게 증상만 보니까 번아웃은 우울증이랑 꽤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번아웃은 우울증(Major depressive disorder)에 속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그럼 그냥 다른 우울증이랑 똑같이 치료하면 되는 거 아닌가? 굳이 번아웃이라고 이름 지을 필요가 있나?'


그런데 조금 더 번아웃과 우울증을 비교해 보니 재미있는 정보들이 꽤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번아웃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 중 재밌어 보이는 것을 하나 가져와봤다.



일반적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에서 중요한 신경 회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SAM 축. 교감 신경 회로의 하나로 과거 원시시대부터 위험한 상황(스트레스)을 마주쳤을 때 빠르게 판단하도록 도와주는 회로다. 이 회로가 발동하면 심장이 더 빠르게 뛰고 혈압이 오른다.


두 번째는 HPA 축. 이 회로는 앞의 SAM 회로보다는 반응에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 보통 15분 정도? 이것도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하나의 축이다. 이 두 축이 함께 스트레스에 대응하면 원래 우리 몸은 빠르게 마음을 추스를 수 있다.


그렇지만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어떻게 될까? 이 두 축이 계속 작동하다 보면 우리 몸이 어느 순간 이 둘이 작동하지 않는 순간을 정상이라고 여기지 않고, 작동하는 것을 정상이라고 서서히 여기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한 번 만성적으로 증상이 변하면 우리 몸이 계속해서 축을 작동시키고, 그 결과물이 또다시 축을 작동시키고... 반복되는 무한 루프에 빠져서 결국 이 두 축이 제대로 기능을 못 하게 된다. 특히 HPA 축은 천천히 켜져서 축이 꺼지는 데에도 시간이 더 걸리는 만큼 만성적인 스트레스에서 더 기능에 손상이 갈 수 있다.

Schematic-representation-of-the-actions-of-HPA-and-SAM-axes-in-the-regulation-of-stress.png 출처 : https://doi.org/10.3390/jcm8101669


일반적인 우울증에서도 이와 비슷한 증상이 일어난다. 번아웃도 마찬가지로 이 두 축이 중요하고. 그런데 신기한 점은, 몇몇 연구에 따르면 HPA 축의 결과물인 corticoid(스테로이드 호르몬의 한 종류)가 일반적인 우울증에서는 높았는데 번아웃에서는 꽤 낮았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이 corticoid가 우리가 아침에 일어날 때 가장 높아졌다가 깨어있는 동안 조금씩 혈중 농도가 줄어드는데, 우울증에 걸린 사람보다 번아웃이 더 빠르게 corticoid의 혈중 농도가 낮아졌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게 해주는 corticoid는 보통 오후 2시부터 잠을 자기 전까지 낮은 상태를 유지한다고 한다. 그런데 번아웃에 걸린 사람들을 보면 이 값이 일어난 이후 더 빠르게 줄어든다. 그만큼 정신적 스트레스에 취약한 상태를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번아웃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증상인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기 싫다'가 이런 현상 때문일지도 모른다.


번아웃은 ‘활력 소진 상태’(State of vital exhaustion)라고만 규정되어 있다. 그렇지만 쉽게만 볼 수는 없는 것이, 이런 우울증 상태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도 정신적인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3년 OECD 자살률 1위, 전 세계 8위라는 높은 자살률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에서 사는 만큼 우리가 번아웃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더욱 조심해야 한다.(30대까지 교통사고보다 자살로 더 많이 사람이 죽을 정도니까) 그래서 생물학적으로 우리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있다면 이런 심리 상태를 '내 몸이 아픈 상태'로 받아들여 조금 더 멘탈을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직 연구 중인 부분이 많아서 글의 질이 조금 떨어지게 되었다.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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