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맞춤 의약품을 가능하게 하는 A.I. 의 가능성
"선생님, 약이 듣지를 않아요."
흔한 일이다. 병원에 가서 비싼 돈 들이며 받은 약이 그다지 호전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가보면 조금 더 보자고 하면서 똑같은 약을 처방해 주고 그대로 끝나기가 일쑤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그건 사람마다 몸이 다르기 때문이다. 체내에 있는 혈액, 척수액 등의 생체액부터 간, 심장 같은 기관까지, 그 모든 것이 같은 사람이 나올 확률은 0이다. 복권 당첨 확률이 거의 천만분의 1이다. 그런데 DNA 서열이 완전히 같을 확률은 아무리 낮춰 잡아도 2000자리 숫자다. 즉 복권을 연속해서 286번 당첨되어야 하는 수준이다. 심지어 DNA가 같다고 하더라도 환경에 의해 체내가 적응하는 후성유전학 시스템이 우리 몸에 있기 때문에, 그냥 0이라고 봐야 한다.
이렇게 다른 몸이기 때문에 약물에 반응하는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의사도 어쩔 수 없이 가장 보편적으로 잘 듣는 약을 주고는 반응을 지켜본다. 어지간하면 낫는 병이면 그래도 괜찮지만, 암이나 치매, 파킨슨병 같은 난치병이라면? 약을 한 번 투여하기만 해도 머리카락이 다 빠지는데 나한테 효과가 없는 약이었다고 생각해 보자.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맞춤형 의학이 발달하고 있다. precision medicine, 혹은 personalized medicine이라고 불리는 것이 모두 맞춤형 약물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나에게 더 효과적인 약. 이런 약을 찾아내는 것이 최근 생명과학자들과 의사들이 집중하는 분야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분야 연구에 끼어드는 제3자가 있다. 바로 A.I. 다.
뜬금없이 A.I. 라니? 그러나 최근 A.I를 활용한 생명과학 연구는 진행되어 왔다. 구글이 알파폴드를 발표한 2018년 이후 걷잡을 수 없이 말이다. 이 알파폴드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할 날이 오겠지만, 단백질 구조 하나를 예측하기 위해 실험으로 몇 백만 원을 때려부었던 과거와 달리 A.I.로 가장 적합성이 높은 구조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A.I.로 기존에 실험에 필요했던 비용은 물론 걸리는 시간도 압도적으로 줄어들어 단백질 구조에 관한 실험이 크게 단축되어 monoclonal antibody 위주의 신약 개발도 더욱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A.I. 를 활용해 환자의 치료법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방법은 기존에 피를 채혈해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 분석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환자의 조직을 채취해 분석하면, 정말로 그 부위에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당신이 사망 확률이 높은 폐암에 걸렸다고 하자. 기존에는 유전자로 걸릴 확률을 예측하거나, 폐암 몇 기인지 분석하는 정도에서 그쳤다. 그러나 A.I. 에 수많은 폐암 환자들의 데이터를 모아놓는다면 그 이상이 가능해진다. 당신의 폐 조직 일부를 떼서 분석해 기존의 어떤 환자들과 비슷한 유형인지, 그리고 그 환자들에게 어떤 치료법이 가장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는 '경과를 지켜보자'는 말 대신 '1년 3개월이 지나면 나을 확률이 80%입니다'라는 정확한 말까지 들을 수 있다. 보호자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말인 '기한 없는 투병'이라는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좋은 치료법에도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비용이다. A.I. 는 좋은 데이터를 먹이로 삼아야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좋은 먹이로 생물의 오믹스(Omics)만 한 것이 없는데, 오믹스 분석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유전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mRNA, 단백질도 분석하는 것이며, 그 모든 것을 분석하는 것은 상상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는 유전자 하나에서 mRNA, 단백질로 갈수록 발현량이 100배에서 많게는 1000배까지 뛰기 때문인데, 그 결과 필요한 비용은 gene만 검사하는 비용의 수십 배가 된다. 간단히 예를 들면 개인 확인용 친자검사는 11만 원 정도지만 오믹스 비용은 600만 원(세금을 더하면 660만 원) 정도나 한다. 그것도 단순히 '검사'를 위해서 드는 비용이! 그리고 이 A.I. 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저 검사를 하는 사람들은 그 혜택을 못 받고 단순히 정보를 제공할 뿐이니, 이것만큼 손해가 어디 있을까.
"환자분, 혈액 검사를 하니까 어쩌면 이게 암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혹시 최신 검사를 받아보시겠어요?"
"최신 검사요? 그건 얼마나 하나요?"
"660만 원...."
"됐어요. 안 사요~"
그렇지만 다행히 이 상황을 해결해 줄 존재가 있다. 바로 국가다. 아이슬란드를 시작으로 영국, 미국 같은 국가를 따라 우리나라도 2024년부터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100만 명의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목표에 금액을 투자했다. 물론 최근 정치적인 이슈가 크게 여러 가지가 있었던 만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이 사업이 어떻게 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1차적으로 28년까지 진행한다고 발표한 만큼 귀중한 데이터가 모여서 향후 중증환자들이 더 '알맞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오도록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