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실종
정영효 경남일보 논설위원/진주 드림부동산 대표
예로부터 “계절(季節)은 절기(節氣)를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하나 이번 여름이라는 계절은 절기의 통념을 깨고 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추분(立秋·8월 7일)이 지나 간지도 벌써 보름여를 넘겼다. 절기는 아니지만 마지막 더위라고 하는 말복(末伏·8월 9일)을 넘긴 지도 2주일이나 지났다.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절기인 처서(處暑·8월 23일)도 지났다.
▶그럼에도 절기가 무색하게도 폭염으로 전국이 가마솥 상태다. 예년 같으면 아침과 저녁에는 선선한 기운이 감돌고, 한낮도 더위가 한풀 꺾이는 시기다. 그런데 지금 최고온도가 매일 33도를 웃돈다. 습도까지 높다보니 우리가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체감온도가 더 높다. 선선한 기운이 감돌아야 하는 저녁도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으면 잠을 청할 수도 없는 열대야다.
▶이같은 불볕 더위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올해 가을이 있을런지도 불확실하다. 이대로면 가을이 없이 곧바로 겨울이 들어 닥칠 것 같다. 절기가 계절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이상기후 탓에 올해 폭염이 너무 길게 간다. 절기의 의미가 완전히 실종됐다.
▶이로 인해 인류의 고통이 너무 크다. 모든 게 인류가 자초한 일이다. 자연에 순응하지 않고, 훼손하며 역행을 한 대가다. 자연을 더 많이 훼손하고, 역행했던 기득권층보다 훼손을 더 적게 한 신체적·경제적 약자층이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치르는 대가가 너무 크다. 너무나 불공정한 세상이다. 이제 자연이 무섭고, 두려워진다./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