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개헌 반드시 이뤄져야

by 정영효


이번만큼은 반드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쓰여 있다. 하나 1항은 ‘대한민국은 권력자공화국’이라고, 2항도 ‘대한민국 주권은 권력자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몇몇 권력자로부터 나온다’라고 읽혀진다. 여기에 대다수 국민이 공감한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가 아니라 몇몇 권력자들의 나라라는 것이다.


최근 2년간은 ‘87 헌법’ 한계가 극단적으로 나타났고, 이후에는 더 극단화될 것이다. 한둘 권력자에 의해 법도, 제도도, 규칙도 바뀐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을 권력자 한둘이 하루, 이틀만에 만들기도 하고, 폐기하기도 한다. 제정이든, 개정이든, 폐지든 국민은 의견을 개진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처리된 법안이 22대 국회에서만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 이유가 한둘 권력자의 의향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삼척동자도 알 정도다. 국회는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할 것이 뻔한데도 통과시켰고, 거부권 행사를 한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이 뻔한데도 협상도 없이 그대로 재표결에 들어가는 극단적인 정쟁만 계속됐다. 과반을 넘긴 다수당의 법안 통과에 이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재표결, 부결이라는 악순환이 2년 넘게 진행됐다. 그러다보니 권력자에게 주어진 헌법적 권한이 국가 발전에 걸림돌이 됐고, 극단적 국론 분열과 대립의 단초가 됐다.


‘87년 헌법 체제’가 가진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87년 개헌 당시에 제왕적 대통령 권한(국회해산권 삭제) 제한하고, 국회의 권한을 강화했다. 당시에는 한 정당이 과반을 훌쩍 넘는 다수 의석을 갖게 될 경우 제왕적 국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시대적 요구였다고 하지만 한달만에 개헌이 이뤄졌다. 대통령 직선제와 장기 독재 권한 제한에만 초점을 맞췄던 탓에 졸속 개헌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개헌 주축세력이었던 YS계와 DJ계는 의회주의자였던 관계로 국회 권한이 강화되어도 민주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믿었다. 그렇지만 국회도 제왕적이 됐다. 다수의 힘으로 입법 독주에, 탄핵·특검이 남발됐고, 87년 개헌 이전에는 단한번도 없었던 대통령 탄핵소추를 3번이나 했다. 87년 개헌이 결과적으로 또 한명의 제왕을 더 탄생시킨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런 탓에 한국의 정치는 제왕적 대통령과 제왕적 국회(야당)가 러시안 룰렛을 벌이는 형국의 연속이었다. 한 나라에 두명의 제왕이 존재하니 나라가 갈라지고, 찢어져 싸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결국 ‘87 헌법’이 한국정치를 저급한 정치로 만들었다. 개헌된 지 3년만에 또 개헌 여론이 제기된 이유다.


1990년, 1999년, 2007년, 2019년에 개헌이 시도됐었다. 그때마다 개헌에 대한 국민의 찬성 여론이 높았음에도 번번히 무산됐다.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의 반대 때문이었다. 1990년의 개헌 무산은 민자당 차기 대선주자였던 YS의 입장이 달라진 탓이었고, 1999년 DJP(김대중·김종필)의 내각제 개헌은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반대 때문에 유보됐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막았고,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은 야당(자유한국당)이 반대했다.


지금도 개헌 찬성이 70%를 넘는다. 대선과 총선 때마다 후보들도 개헌을 공약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개헌이 안됐다. 이는 대한민국은 권력자공화국이요, 주권이 권력자에게 있기에 그렇다. 9차례 개헌됐으나, 모두 권력자 의향에 따라 좌우됐다. 이번 대선에서 개헌을 공약한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정권이 출범했다. 하나 출범한 지도 한달 보름여 지났지만, 개헌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듯한 느낌이다. 개헌이 또 무산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개헌은 정권 초기에 강하게 밀어부쳐야 가능하다. 정권 중반기를 넘기면 미래 유력 권력자에 의해 개헌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1948년 제헌 헌법이 공포된 제헌절(17일) 하루 뒤 날에 대통령과 정치권에 묻는다. 개헌을 할건가, 안할건가./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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