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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꽂쌤 Feb 28. 2023

사이좋게 햇볕을 나눠가져요

공존

아침산책길에 날마다 익숙하게 걷는 길이 있다. 양 옆에는 큰 나무도 있고 아주 작은 나무도 있어서 볼거리들이 많다. 식물 이름에 대해 잘 모르지만 관찰하는 것만큼은 관심이 많다. 날마다 다니는 익숙한 산책길이지만 유난히 마음이 쓰이는 나무가 있다.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는 나뭇가지 끝에는 콩알만 한 꽃봉오리들이 매달고 있다. 언제쯤 피려나 노심초사하며 살펴보는 중이다. 최근에는 이 작은 꽃봉오리를 자세히 볼 욕심이 생겨겼는데 시력의 한계 때문에 아쉬움이 남았다. 고민하다가 드디어 커다란 돋보기를 샀다. 콩알 크기만 해서 너무 작기도 하거니와 잔뜩 움츠린 상태여서 꽃봉오리의 속내를 더 잘 보고 싶어서다. 아침마다 나갈 때 호주머니에 넣어 가는데 '너무 큰거 샀나?' 할 정도로 삐죽 튀어나온다. 그래도 좋다.


꽃봉오리 사진을 요리조리 찍다가 궁금한 점이 생겼다. 꽃은 햇볕을 잘 받기 위해 일정한 방향으로 자란다는데 내 눈앞에 있는 꽃봉오리들은 저마다 방향이 달랐다. 한 방향으로 자라도 되는데 서로 다른 이유가 있어 보였다. 


멀리서 보면 나뭇가지들이 서로서로 가까이 제멋대로 뻗어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닿지 않으려 하며 가지를 뻗어낸다고 한다. 햇볕은 나누는 법을 그들은 아는 것 같다. 서로 많이 햇볕을 가지려 애쓰지도 않고, 자기 자리만을 탐하지도 않으면서 서로의 자리에서 햇볕을 나눠가진다. 자연은 서로를 살리며 공존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나뭇가지에는 수관기피현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대부분 몸집이 커다란 나무에서 발견이 되는데 여러 종의 나무들이 공존하기 위한 전략이다. 한 그루 나무 가지든, 서로 맞닿은 다른 나무 가지 사이에서도 서로의 가지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스스로 몸을 움츠리고, 성장을 멈추기도 한다. 


자연은 자연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것 같다. 저마다 필요한 햇볕을 받기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서로가 살아가는 방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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