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데

누구든 그럴 수 있어요

by 한꽂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짧고 간결하지만 모든 말을 다 품은 듯 한 마력이 있다. 인생에서 외면당한 것들을 향해 '예쁨'을 그득 담은 눈으로 바라보라는 시다. 이 시가 좋아서 사람들은 낭독을 하고 암송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선물로 활용한다. 집단상담을 진행할 때 시를 인용할 때가 있는데 나태주 시인의 시를 활용한 적이 여러 번이다. 몇 줄 안 되는 글을 통해 저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넉넉히 담아내곤 했다. 이 시를 몇 번이나 읽다 보면 읽을 때마다 마음속 울림이 다르게 온다. 어떨 땐 가늘게, 어떨 땐 길게, 어떨 땐 약하게, 어떨 땐 강하게, 어떨 땐 따뜻하게, 어떨 땐 애잔하게.... 끝도 없다.


이 시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훔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는 직업을 가진 나로서는 특히나 생각해보아야 했다. 자세히 보면 예쁘다고? 오래 보면 사랑스럽다고? 정말?


풀꽃 출처: 네이버


어릴 적에 시골에 살았던 나는 풀꽃을 수도 없이 보며 자랐다. 이름도 모르는 풀꽃 중에 꽃이 아주 작은 풀꽃을 주로 좋아했었는데 자세히 보면 정말 예쁘기 그지없었다. 일부러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 작은 풀꽃이 꽃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린다. 그냥 풀.....로 끝나는 것이다. 바쁜 걸음을 걸으면 그깟 풀꽃은 당연히 눈에 띄지 않는다. 땅바닥에 붙어있거나 다른 식물에 가려져 있다면 더 낭패다. 이렇듯 풀꽃은 일부러 보지 않으면 도통 알아볼 수가 없다. 그 자리에 생명이 있다는 사실도 풀에도 꽃이 핀다는 사실도, 이 아름다운 계절의 한 순간을 견디며 지나갔다는 사실도....


누군가가 사랑스럽지 않다는 이야기는 그 누군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이지 않을까. 충분히 안다는 데에 이르면 확언컨대 미워하는 마음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로 판단하고 추측하다가는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이해가 안 된다고 펄쩍 뛰며 흥분하기에 앞서 조용히 앉아 그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을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위 시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 2의 시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누군가 자신을 알아봐 주기를 바란다. 눈은 어떻고, 코는 어떻고, 얼굴은 어떻고도 좋지만 언제 웃고, 울고, 속상해하고 혼자 한숨 쉬는지.... 알아봐 주면 좋겠다. 지금 이 시간도 누군가는 가쁜 호흡을 쉴 것이다. 또 누군가는 홀로 눈물을 짓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태주 시인의 강연에서는 삶에서 강조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시인인 본인은 글솜씨가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저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일 뿐이라 하였다. 마음을 다해 노력하다 보면, 그것을 좋아하다 보면, 그 마음으로 버텨내다 보면, 어느덧 성공의 자리에 다다른다는 것이었다.


상대방이 나를 알아서 봐주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애처로운 표정을 지어보아도, 간절한 말투를 뽐내보아도 나를 봐주지 않는다. 나의 소소한 것들까지 봐주는 이가 있으면 좋으련만,,,,,그렇게만 된다면 다들 이쁨 속에 피어나련만.... 그러나 그런 일은 왜 이리 힘든 걸까? 더 기다리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영영 오지 않는 것일까?


나의 그 무엇을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바람처럼 내가 나를 알아준 적은 있을까?


이렇게도 봐줄게

저렇게도 봐줄게

앞모습이 이랬구나

뒷모습이 이랬구나

너의 모습이 이랬었구나

그랬었구나.....


나의 어떠함을 내가 알아주기 전에 누군가가 나를 알아봐 주기 바라는 마음은 반칙이다. 자신을 이뻐하지 않는 마음, 즉 미워하는 마음을 '자기혐오(self-hatred)'라고 말하기도 한다. 자학과 비슷한 말로 이것이 심해지면 자해나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열등감이 가득 찬 사람일수록 자신을 부정하는 마음이 크다. 또는 타인에게 자신의 열등감을 들키지 않으려 하거나 자신에 대한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내색하지 않고 긍정적인 표현이나 행동으로 겉치레를 하기도 한다. 깊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자기혐오를 하는 자신도, 타인도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자기혐오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도 사랑하지 않는다. 지나친 자기 몰입으로 인해 타인과의 균형 잡힌 소통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해 부정하거나 혐오하는 사람은 과거 상처의 시기를 겪은 경우가 있다. 이런 경험은 한 개인에게는 결코 만만하거나 하찮은 경험이 아니므로 이들의 경험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은 과거의 부정적 경험, 즉 연이은 실패로 인한 반복되는 좌절이 원인이 크다. 자신이 원하는 자기와 현실의 자기의 차이가 커서 자신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자기 합리화로 포장하지만 결국은 다시 자기혐오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자신 탓만 같고 정당하게 기분 나빠할 수 있는 상황인 테도 부정적 감정을 가진 자신이 나쁘게 여겨진다.


심리상담을 할 때에는 과한 칭찬이나 무작정 힘내자는 구호를 요구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등 떠미는 행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어찌할까? 오히려 자기혐오에 대함 마음을 마음껏 하도록 허용한다.


당신이 그럴만해서 그런 마음을 가진 거군요

당신이 노력해도 잘 안 되는 부분 때문에 힘들어하는 과정이 당연해요

그러한 상황이었다면 그 누구라도 그런 감정을 느꼈을 거예요


이러한 타당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수용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타당화(Validation)는 개인의 반응이 현재 삶의 상황 속에 의미 있고 이해할만한 것임을 말한다. (단, 타당하지 않은 것을 타당하게 만들거나 창조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걷다가 넘어지면


괜찮아... 이 정도로 울면 안 돼

얼른 일어나, 하나도 안 아프겠네

괜찮아, 괜찮아....


이러한 위로는 거짓말이다. 어른들도 넘어져서 피부가 까지면 아픔을 느끼는 마당에 아이가 넘어져서 아파하는데 강하게 키운다는 이유로 그 아픔을 모른 채 하기를 강요한다. 부정적 감정, 약한 마음이 큰 일을 불러일으키는 사악한 감정 인양 서둘러 없애야 하는 태도는 '아픔은 느끼는 게 아니야'라는 신념을 아이에게 심어주게 된다.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감정중에 부정적인 것은 숨기고 긍정적인 것만 드러내는 사람들이 온전한 사람인가?


고통스럽고 피하고 싶은 감정이 찾아들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가 느끼는 감정이 당연한 거구나

이상하거나 나쁜 것이 아니구나


라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당신이 경험하는 모든 감정은 그 무엇이든 가치롭다. 누구든 우울하거나, 불안하거나, 고통스럽거나 괴로울 수 있다. 그래도 된다. 그것이 마음이고 감정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든 세모 모양도 있고 네모 모양도 있다. 세모라고 해서 틀린 게 아니고 네모라 해서 틀린 게 아니다. 다 각자 자기 모양이 있을 뿐. 사람이기에 느낄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임을 허락하자.


자세히 보면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하였다. 조건이 '자세히'이다. 나 자신이, 그리고 그 누군가가 예쁘고 사랑스럽지 않다면 자세히 보기 바란다. 아주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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