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 당신에게 기대도 될까요?

인간의 삶은 기대지 않고서는 완성되지 않는다.

by 한꽂쌤

비스듬히


— 정현종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어린아이들에게 의존 욕구는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전적으로 주양육자에게 자신을 의탁해야지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의존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고 불안하기 때문에 믿을만한 누군가를 찾아 끊임없이 헤매는 것이다.


의존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은 상대방이 자신을 절대 버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지속되는데 의존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었다는 증거는 무엇일까? 의존 욕구를 채워주는 부모의 밑에서 자란 아이는 자신을 신뢰하고 세상을 신뢰한다. 충족된 의존 욕구를 발판 삼아 자신에 대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의존 욕구는 생후 2년 이내에 채워져야 한다. 이 시기에 의존 욕구가 결핍되면 아이가 성장한 이후에도 여전히 엄마에게 매달리는 껌딱지가 된다. 부모에게 충분한 의존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경우 타인으로부터 애정 욕구를 갈망한다. 인간관계를 통해 자신의 의존심리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결국, 의존 욕구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속된다면 심한 경우 '의존성 성격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사람은 태어나서 심리적 발달단계를 거친다. 그 첫 단계는 '기본적 신뢰(basic trust)'이다. 이 과업이 완수되지 않을 때 사람이나 세상에 대한 불신감이 형성된다. 어릴 때 아이는 엄마가 잠시라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자신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마를 향한 의존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양육자(대부분의 경우, 엄마)가 어린아이의 의존 욕구를 충분히 채워주느냐의 여부는 한 개인의 성장에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사람에 따라 채워지지 않은 의존 욕구는 다양한 대상으로 나타난다. 어떤 사람에게는 나를 전적으로 받아줄 대상으로, 어떤 사람에게는 돈으로, 권력으로 나타난다. 의존 욕구는 인간으로서 가장 최초로 가지는 욕구이기에 의미가 있으며 발달 시기에 충분히 충족되지 못하면 불신으로 이어진다. 누군가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은 늘 타인에 대한 적대감을 초래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려 해도 자꾸 어긋나는 관계를 경험하게 되고, 타인에 대한 의심은 끝없는 평행선을 걷는 듯 힘들기만 하다.

이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 때문에 완벽히 의존 욕구를 채워주는 부모도 드물 것이다. 피치 못한 개개인의 사정이 있겠지만 좌절된 의존 욕구를 피해 갈 수는 없다. 그러나 반가운 소식이 있다. 이러한 의존도 적절한 좌절(optimal frustration)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이다. 건강한 자아상을 갖기 위해서는 내가 간절히 원하는 욕구라도 충족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이다.


의존 욕구가 채워질 때 만족감을 얻지만 결핍될 때 좌절을 느끼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가짐으로써 성장한다. 지나친 좌절감은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고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를 만들게 된다. 그러나 지나친 충족이 제공된 경우,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되어 오히려 성숙을 방해한다.


엄마는 자식에게 못줄 것이 없다. 자식이 원하는 모든 좋은 것을 주고 싶은 것이 엄마다. 그러나 엄마 자체는 불완전한 존재, 미숙한 존재이기에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적절한 좌절을 통해 '내가 이 세상에서 사는 동안 어쩔 수 없는 결핍이 있을 수 있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고, 기대고 싶은 의존 욕구는 당연하다. 당연한 욕구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서로의 의존 욕구를 나무라지 말자. 어차피 인간은 서로 기대어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기대지 않고는 인간의 삶은 완성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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