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마음짓기 01화

'사랑받는 나'가 되려 하는가

오늘도 나는 연기(演技)를 한다.

by 한꽂쌤

연기(acting , 演技)란 연극이나 영화에서 배우가 맡은 인물의 행동이나 성격을 창조하여 표현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연기자들에게 있어서 연기는 삶이고 인생이라고 말하지만 그들 또한 하나로 정리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역할을 맡은 배우는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투사한다. 투사(投射)하는 감정 중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꾸며낸 행위인지 모를 일이지만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 내는 배우에게 박수를 보내게 되고 탄성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배우들은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 살을 빼기도 하고 찌우기도 한다. 머리카락을 기르기도 하고 짧게 자르거나 아예 미는 경우도 있다. 맡은 역할을 최대한 적나라하게 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직업이 비록 연기자는 아니지만 우리네 삶 속에서도 연기는 계속된다. 한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수 없이 많은 등장인물을 소화해 내고 자신이 맡은 배역 연기를 잘 해내기를 원하는 감독들을 둔다. 역할을 잘 해낸 후 듣게 되는 'OK'싸인을 위해서 말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배우는 그 역할을 잘 소화해 내야 하는 사명이 있지만 우리의 삶 속에서까지 의미 있는 타인을 위해 노력한다. 그들의 '나를 향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자신을 보아라. 잘했다는 인정을 얻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진정한 나의 모습을 뒤로 한채 이다지도 열심인 이유는 무엇인가


어린아이 일 때에는 부모의 보살핌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아이는 부모의 눈치를 본다. 그러나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보자. 몸짓은 엄마보다 커지고 능력도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인의 사랑과 지지 없이 살 수 없다는 심리적인 생각 때문이다. 타인의 기대에 의해 자신의 마음을 양보하는 사람은 인생이 즐겁지가 않다. 귀찮고 버겁고 내려놓고 싶은 무거운 가방일 뿐이다. 자신의 삶을 사는데 소홀한 사람은 얼마 못 가서 기력이 쇠해지기 때문에 인생이 허무하다는 말을 자주 뱉어내며 산다. 이러한 말이 내 속에서 자주 일어난다면 '지금 나는 내 삶을 제대로 느끼고 있지 않구나'하고 삶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때이다. 오늘 나의 이 순간은 흥미로운가?


배우가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배정받은 인물을 연구한다. 어떻게 느껴야 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습관이 있는지도 알면 도움이 된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나 자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내가 지치고 힘들 때 힘들다고 느끼는 것이 허락되고 그 감정에 자유로울 때 비로소 그 힘듦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가 생긴다. 당사자에게 그 일이 죽을 만큼 힘들고 좌절스러울 때도 마찬가지다.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그러한 느낌마저 억압하고 회피하기 때문이다. 처절한 맞닥뜨리기가 되면 그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분명히 찾게 된다.


기력이 너무 쇠하여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소진되었다', '탈진했다' '연소되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번아웃 증상이 오는 이유는 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자신의 에너지가 방전되어 무기력해지는 증상이다.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우울감과 자기혐오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게 되는데 방치한다면 극도의 무기력과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한 개인이 자신이 맡은 업무에 몰두했지만 기대만큼 보상이 따르지 않거나 연거푸 좌절을 경험하게 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의 노력이 부질없다는 것을 느낀다. 자신의 애씀으로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처럼 누군가를 만족 시기 키고 기대에 미치고자 애쓰는 연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결국, 나와 타인 모두 불만족스러운 상태가 된다.


지독한 무기력에 빠지기 전 체크할 부분이 있다. 나를 진정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일이다. 연기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기를 할 때 희열을 느끼고 작가들은 글쓰기를 통해, 예술가들은 음악이나 미술, 춤 등의 창작활동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낀다. 자신 스스로 자신을 처벌 내리는 사람이 있는가? 내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지만 처벌자를 찾아 당신에게 있는 두려움을 해소해야 한다.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지 않기 위해 당신이 했던 타인에 대한 역할을 내려놓아야 한다.


내가 뭔가 잘못했을 때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부모는 이제 없다.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자녀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냈던 부모도 지금은 없다. 이제 당신은 어른이 되었고 힘이 생겼고 선택할 자유를 얻었다. 무엇을 해도 되고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진정한 자유인이 되었다는 말이다. 당신이 무엇을 잘했을 때만 칭찬을 퍼붓던 부모는 당신들 마음에 쏙 드는 행동을 하기를 원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당신이 그 무엇을 해도 만족하지 않았던 부모는 없다. 그리고 어쩌면 완벽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다. 다만 그때는 몰랐을 뿐.


중요한 타인 앞에서 사랑받기 위해 '사랑받는 사람'을 연기하는 역할을 내려놓을 때가 왔다. 당신이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 해도 완벽한 만족감은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열심히 타인의 기대에 부응을 하는 삶을 살면 '이 정도면 멋진 나'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착각을 한다. 사랑받는 나의 이미지를 내려놓는 일은 가슴 아픈 일이다. 불쾌한 일이다. 시도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동안 당신이 익혔던 연기를 내려놓고 당신을 위한 연기에 몰입할 때가 왔다. 당신의 이미지는 더 이상 타인의 것에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자신을 훼손하면서까지 지켜내야 할 이유는 없다. 타인의 사랑을 갈구하던 내 모습이 연약한가? 연약해도 어쩔 수 없다. 그 연약한 모습이 진정한 당신의 모습이니 더없이 소중히 안아주어야 한다.


자신을 신뢰하라. 자신을 신뢰하지 않기에 타인이 원하는 역할에 충실했을 것이다. 그래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거짓 믿음을 갖고 있었을 테니 당연하다. 남에게 인정이나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를 부인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현재의 내 이미지가 과연 내가 살고자 하는 모습인지 알아보자는 이야기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매력적인 내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내 자아상(自我像)이 부정되는 일은 결코 없다. 그동안 맡은 타인 중심의 역할을 내려놓고 나를 향해 결심하고, 결단을 행동으로 옮기고, 열정을 뿜어내는 자신이 되어보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