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폴 사르트르 소설 ‘구토’ 비평 1

구토와 분신

by 조지조

난 가끔 러닝을 할 때 구토를 느낀다.


자세히 설명하면 심박수가 올라가고 코호흡이 가빠져 입호흡으로 옮겨갈 때 욕지기를 느껴 헛구역질이 나온다. 최소 3km 이상의 러닝시에 동반되는 몸의 반응이다.

호흡이 가빠 오면 입으로 들이마신 공기가 입안의 기관지의 표면을 자극해 건조하게 만들고, 이에 대한 방어작용으로 헛구역질을 유발하여 입안에 침이 생성되게 하여 기관지의 건조함을 막는 원리 같다. 가끔 담배를 피울 때, 술을 주량이상 마셨을 때도 구토증세가 있으며 구토로 인해 입안의 침이 생된다. 이 모두 몸의 생리학적 구토반응이다.


장 폴 샤르트르가 7년에 걸쳐 구상한 형이상학적 진리와 감정을 문학적 형태로 표현한 일기형식의 ‘소설’ 구토의 주인공 로캉탱도 구토를 느낀다.

위의 나의 생리학적 신체방어적 구토와는 다른 존재론적 정신적 구토를 느낀다.

로캉댕의 첫 구토의 시작점은 아래와 같이 묘사된다.




‘물체들은 살아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것을 만질 수 없어야 마땅하다…그러나 내게는 다르다. 그것들이 나를 만지는데, 이게 견딜 수 없이 느껴진다. 난 마치 살아 있는 짐승들과 접촉하듯 그것들과 접촉하는 것이 두렵다. 내가 언젠가 바닷가에서 돌멩이를 들고 있었을 때의 느낌이 분명히 생각난다. 그것은 일종의 달착지근한 욕지기였다. 얼마나 불쾌한 느낌이었던가? 그 느낌은 분명히 돌멩이로부터 왔다. 돌멩이에서 내손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래. 바로 그거였다. 손안에 느껴지는 일종의 구토증이었다.’




주인공의 구토증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문손잡이를 만지며,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맥주잔을 쥐면서, 거울의 자신의 모습을 모면서, 나이프의 손잡이를 잡으면서, 부빌시의 공원, 그리고 구토의 확장으로 세계 전체가 구토로 체험된다.


그렇다면 주인공 로캉탱이 느끼는 구토의 의미는 무엇일까?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세계에서 인간의 손에 길들여져 있던 사물들의 도구성과 유용성으로 부여된 언어로부터의 탈피하는 현상을 존재 그 자체로 느껴져 구토를 느낀다.

인간의 관념의 언어로 규정된 ‘돌’은 이제 더 이상 돌이 아니고 그 존재, 즉 그 본질 자체이다.

이처럼 이런 체험을 통해 주인공 로캉탱은 도구성, 유용성, 그리고 인간의 언어에서 해방된 존재들의 본래 모습을 파악해 가며 존재들의 개아성과 우연성을 느낀다.


여기서 샤르트르의 신의 부재라는 가정의 실존주의 철학이 나온다.

이 세계의 존재들은 창조자로부터의 신의 섭리, 즉 필연성의 논리에서 벗어나 우연성의 논리로 설명된다. 이처럼 우연성으로 놓여있는 존재들은 세상에 우연으로 툭 떨어진 무상의 존재, 쓸데없는 존재, 남아도는 존재이다.

이처럼 그 어떤 필연성의 논리에 의해서도 포획되지 않은 채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거기에 있는 존재들, 인간의 도구성과 유용성의 논리, 언어를 통한 규정, 지배 논리에서 벗어난 존재들의 본래 모습, 즉 그것들의 낯설고, 기괴하고, 이름 붙일 수 없는 모습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부조리한 감정, 이것이 바로 ‘구토’의 의미이다.

간단히 말해서 존재의 나상과 부딪쳤을 때 느끼는 낯설고 부조리한 감정이다.


그럼 구토를 극복하기 위해서, 자신의 구원으로써의 관점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종교에서 구원은 신의 은혜로 인간이 사후에 누리는 영생이지만, 로캉탱은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


소설에서 주인공 로캉탱은 롤르봉에 대한 역사학적 연구를 포기하고 부빌 시를 떠나 파리행 기차를 타기 전에 마지막으로 카페에 들른다.

그곳에서 재즈 음악을 들으면서 그의 삶을 바꿀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을 한다.


추론을 해보면 이렇다. 위의 재즈 음악을 작곡한 유대인과 이곡을 부은 흑인 여자가 수를 떠올리며 이 두 명이 구원받았다고 주인공은 생각한다.

재즈곡을 작곡하고 부른 두 사람은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정신, 사상, 주체성, 혼을 재즈곡에 자신들의 분신을 넣어 이 곡을 듣는 살아 있는 주인공 로캉탱을 통해 되살아 났다. 구토에서 추론할 수 있는 구원의 원리이다. 개별 창조에 의한 영원한 세상에서의 존재성으로 인한 구원의 메커니즘.

그래서 주인공 로캉탱은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문학적 작품으로 자신의 분신을 창조함으로써 세상에서 불멸과 구원을 꿈꾼다.

작가가 제시하는 구토의 극복과 구원은 방법 실존주의 철학에 근간을 두고 있다.

이 난잡한 책을 이해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니체, 하이데거, 실존주의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좀 더 깊고 풍성한 즐거움이 책의 곳곳에 도사린다.


장 폴 샤르트르의 소설 구토는 가장 난해하고 어려운 소설 중 하나이다.

작가는 신의 부재하는 세계에서 인간이 정면으로 바라봐야 할 실존의 조건을 사유하고 방안을 찾는다.

20세기초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등을 경험했던 인간들의 위기의식, 특히 신의 부재로 인해 직면한 상황에서의 동시대의 불안등은 프랑스 최고의 지성 샤르트르는 소설을 통해 구토현상으로 동시대의 감수성을 포착했다.


‘샤르트르의 모든 사유는 구토에서 흘러나왔고, 구토로 흘러든다.’ 말처럼 이 책은 샤르트르의 분신과도 같은 초창기 작품이다.


로캉탱은 샤르트르의 분신이다.


과거의 시간을 붙잡으려고 하며, 현재를 살지 못하는 안니는 로캉탱의 애인이지만 분신이 아니다.


샤르트르의 진정한 분신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갔던,


그 유명한 시몬 드 보부아르였다.


실제 존재하는 것은 현재뿐이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현재의 나를 살자.


George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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