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아자르 소설 ‘자기 앞의 생애’ 비평

사랑과 우정

by 조지조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애’는 파리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사회의 가장 낮은 자리의 후미진 곳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적 의미를 탐색하는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 모모와 로자 아줌마의 관계는 단순한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관계를 넘어, 사랑과 우정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근본적 힘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삶은 언제나 불안정하고 고통스러운 것으로 그려진다.


늙어가며 병든 몸을 지닌 로자 아줌마, 그리고 사회적 보호망 밖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 모모의 시선은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불완전함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 불안정함은 단순한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서로를 지켜주고 기대는 관계 속에서 삶은 의미를 획득한다.


아자르는 인간이 홀로는 결코 살아갈 수 없으며,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자기 자신을 완성한다는 진리를 철학적으로 소설을 통해 보여준다.



사랑의 본질은 무엇일까?



로자 아줌마와 모모의 관계는 단순한 모성애나 연민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서로의 존재를 끝까지 인정하고, 곁을 지켜주며, 죽음마저 함께하는 사랑이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 애착이 아니라, 이해와 헌신으로 이루어진 사랑의 깊은 본질을 드러낸다.


책 후반에 중산층 가정의 니딘집의 안락하고 따뜻한 보살핌 제안을 뿌리치고 쓸쓸하게 죽어가는 나를 진심으로 보살펴 주었던 로자아줌마한테 가서 돌봐야 한다고 모모가 말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인간의 보살피고 돌봐주는 행위의 고귀함과 숭고함의 가치를 비로소 마주한다.


결국 모모가 로자 아줌마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는 장면과 로자 아줌마가 지하실 침대에서 죽고 3주가 지나 곁에서 발견된 모모를 통해, 사랑이란 곁에 머무르고 떠나지 않는 것임을 웅변하며 독자는 책을 내려놓고도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멍하고 찡해진다.


어쩌면 한 편의 잔혹 동화 같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난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주인공 소년 제제,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지안이 오버랩됐다.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모모는 사실은 연약한 아이였다.


모모에게 인간의 죽음이라는 것은,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모모는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로자아줌마를 보낼 수 없기 때문에 모모는 이승을 떠난 아줌마의 육신의 죽은 얼굴에 화장을 해주고, 향수를 뿌려주고, 로자아줌마가 생전에 좋아한 옷을 입히고 옆에서 3주 동안 지낸다.


모모는 아직 헤어짐을 받아들일 수 없는 약한 아이다.


작품의 마지막에 이르러 우리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없이 살 수 없다”는 인간의 근원적 진실을 마주한다.


에밀 아자르는 소설을 통해 사랑이란 삶의 조건이자 존재의 본질임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 철학자 니체의 ‘’사랑은 가장 깊은 우정의 형태이다.’’ 라는 말처럼,


모모와 로자 아줌마의 관계는 바로 그 사랑의 정의를 구현한다.


그것은 격정적이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서로의 곁을 지키는


가장 깊은 우정 같은 사랑이다.


George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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