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작가
B612, 너 어느 별에서 왔니?
가령 오후 네시에 네가 온다면 세 시부터 나는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이 구절들을 입속에서 되뇌며 나는 문득 깨닫는다.
내가 어린 시절 스쳐 읽던 그 책은 늘 보아뱀 그림에서 멈췄고, 언젠가 완독 해야지 하면서도 미뤄왔다.
독서에도 세월과 시간의 시동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 시동이 이제야 걸린다는 것을.
노을을 좋아하는 어린 왕자,
바오밥나무와 장미, 화산을 돌보는 손길,
채집과 나이, 아이의 취향질문과 어른의 숫자 질문,
해가 넘어가는 순간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그것들은 모두 우리가 잊어버린 감각이자 잃어버린 순수의 언어다.
어린 왕자의 여행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다.
어린 왕자가 건넌 행성들 왕, 허영, 술, 계산, 의무, 지식은 한 개인이 삶을 통과하며 만나는 인간 욕망의 지도다.
권력,인정,중독,소유,습관,지식이라는 일곱 개의 별은 ‘나’라는 행성이 성장과 노화 속에서 겪는 단계들이다.
이 여정은 곧 우리 자신의 여정이기도 하다.
인생이란 곧 별들의 군집이며, 각 별은 하나의 욕망이자 하나의 자아다.
결국 지구라는 가장 넓은 별로 내려앉는다.
지구에서 만난 여우의 날 길들여달라는 말..
길들임의 또 다른 이름은 책임이다. 누군가를 길들인다는 건 그만큼 상처받을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헤어짐의 아픔도 감수하겠다는 의미다.
이 상처가 바로 ‘깊이’를 만든다는 점에서, 길들임은 인간이 고립을 벗어나 성숙해지는 통로이기도 하다.
누군가와 길들여지는 것은 쌍빵이다. 길들임은 상호호환적인 단어다.
그의 길들임의 여정은 곧 우리의 여정이고,
작가 자신이 통과한 삶의 지도이기도 하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의 형상을 빌려 자신의 삶을 우화로 기록했다.
비행기 조종사로서 하늘과 맞닿은 그는 늘 별과 가까이 있었다.
전쟁과 망명 속에서 그는 자신이 믿는 것들을 끝까지 지키려 했다.
그리고 마지막 비행, 지중해 상공으로 떠난 뒤 그는 행방불명되었다.
육체는 사라졌지만, 그는 별이 되었다.
작가가 별이 되었다는 건,
그의 삶이 곧 그의 소설이 되었다는 뜻이다.
어린 왕자가 모래 위에 쓰러지던 장면처럼, 우리는 언젠가 자신이 떠나온 별로 돌아간다.
그것이 자살이든, 죽음이든, 혹은 귀향이든, 본질은 같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우리에게 이를 남기고 갔다.
별을 건너는 자로서, 그리고 끝내 별이 된 자로서.
이제 책장을 덮으며 나는 느낀다.
우리가 읽는 건 한 권의 동화가 아니라
하나의 인생이며,
나는 어느 별에서 왔고, 또 어느 별로 돌아갈 것인가?
그 질문 속에서 우리 자신이 이미 하나의 어린 왕자가 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George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