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사생활은 있다
도시의 아파트를 무대로, 장진영의 소설 ‘취미는 사생활’은 호의와 사생활의 경계가 무너지는 과정을 통해 인간 내면의 불안과 욕망을 섬세하게 그린다.
타인의 삶을 ‘취미’처럼 관찰하는 인물 ‘나’를 통해 작가는 현대 사회의 사적 영역 침범과 신뢰의 붕괴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소설의 줄거리를 간략히 요약해 보면,
도시의 아파트 단지, 층간의 얇은 벽 사이에서 ‘나’와 ‘은협’의 삶은 서서히 엉켜 들어간다.
아래층에 사는 ‘나’는 위층의 은협 부부와 그들의 아이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든다.
은협은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고, ‘나’의 도움을 받아 몰래 뒤쫓지만, 남편의 비밀은 외도가 아니라 여장을 즐기는 사적인 취미였다.
혼란과 이해가 교차하는 은협의 내면 뒤에서, ‘나’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그녀는 은협을 돕는 척하며 전세 사기를 벌이는 인물이었다.
결국 진실이 드러나고, ‘나’는 돈을 들고 도망치려다 다른쪽 우주에서 사고로 생을 마감한다.
소설속에서 인상적이며 모순적인 장면들도 여러 부분 포착되며, 하나만 소개한다.
사고를 친 은협의 두 아들 때문에 학교에 은협으로 위장하여 두아들의 빰을 때리는 주인공의 폭력적인 행동으로 폭력이 구원을 받고 심지어는 추앙되는 모순의 씬이다.
‘그리고 대연과 중연의 따귀를, 각각 있는 힘껏 후려쳣다..중략..볼을 깜싸쥔 형제의 눈빛에 어린 감정이 당혹이었다가, 분노였다가, 종내에는 경외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창의적이며 신박한 문장과 추억을 소환하는 오브제도 가끔 보여 피식거리게 만든다.
‘제 취미는 여장이 아니라 사생활이었다는 걸요.’
‘요행은 언제나 불행과 다행 사이에 있었다.’
‘미래는 예축하는 게 아니라 대응하는 거에요.’
새콤달콤, 키세스..
개인적으로 소설은 다 읽고 느낀 감정은 작가가 생각보다 B급 유머와 병맛코드에 일가견이 있는 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그 유머안에 진지함이 묻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소설 전개의 아쉬운 점과 논리적 맥락의 허점도 다수 보이며 급하게 소설을 낸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줄거리의 신박함과 그 안에 유머가 단점을 무화시키는 오묘하고 요상한 재밌는 소설로도 내안에 체화된다.
좀 더 이 책을 인문학적으로 분석하고 꼽십어보면,
‘취미는 사생활’은 현대 도시인의 삶 속에서 호의와 사생활의 경계가 얼마나 쉽게 흐려질 수 있는가를 탐색하며,
‘나’는 타인의 삶을 관찰하고 개입하는 과정을 마치 ‘취미’처럼 즐기며, 사생활을 소비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상징한다.
작가는 이러한 인물 구도를 통해 신뢰와 속임수, 도시의 불안정한 관계, 그리고 인간의 은밀한 욕망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이 작품은 독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타인의 삶을 어디까지 알고,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을까?
‘나’의 호의는 진정한 연대일까, 아니면 교묘한 침입일까?
결국 작가는 사생활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의 본능적인 호기심과 이중성을 비춘다.
타인의 삶을 엿보는 순간, 우리 모두 역시 누군가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존재가 된다.
누구나 사생활이 있다.
그리고 이 세상에,
공짜 호의란 없다.
George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