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설렘
실존주의는 '나는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선택을 통해 자아를 형성하는 인간의 존재 방식을 말한다. 인간은 태어난 이상 자신의 삶을 자신이 선택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선택에 대한 불안감에 압도되면서도 그 선택의 자유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결국 한때 프랑스 철학을 대표했던 실존주의는 '문화와 언어는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은 그 고정된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구조주의 철학에 의해서 점차 대체된다. 더 이후에 등장한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의 경우에는 '일원화된 체계와 고정된 구조를 부정하며 다원적인 가치를 긍정'하면서 구조의 상대성과 역사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실존주의와 연결되는 맥락이 있긴 하다.
다만 실존주의는 개인의 선택에 의한 자유와 미래 가능성을 강조하는 반면에, 포스트모더니즘은 사회 문화적 구조의 해체나 재조정을 통해 자유의 증진과 가능성을 살펴보려고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실존주의는 개인적 선택과 저항, 포스트모더니즘은 공통체적 연대와 행동의 혁명의 느낌으로 향이 좀 다른 듯하다.
실존주의 문학 정점의 양대 기수인 알베르 까뮈와 장 폴 사르트르의 소설과 희곡에 짙게 묻어나며, 일원화된 체계와 고정된 구조를 부정하며 다원적인 가치를 긍정'하면서 구조의 상대성과 역사성을 강조하며 문화와 언어로써의 구조와 경계를 허물고자 했던 밀란 쿤테라의 철학적 소설들을 읽어보면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사람은 의지와 선택의 동물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몇 년간 읽은 서적 중 상당 부분이 실존주의+포스트 모더니즘에 입각한 책과 소설들이었다.
나는 창의감성모던실존주의를 표방한다.
좋은걸 다 때려 넣은 느낌이라 단어가 꽤 길고 조잡하지만 그 중심의 가치는 자유의지에 의한 개인의 선택이다.
자유의지에 의해 선택한 나의 삶에 신의 구원이 들어온다면 나의 선택은 의미가 없어진다.
그러기에 나는 무신론자이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의해서만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그맨이자, 사업가,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 고명환은 2005년 1월에 해신 촬영을 마치고 귀가를 하던 중 눈길 위에서 그가 타고 있던 차가 미끄러지며 15톤 트럭을 받은 뒤 중앙분리대에 크게 충돌하는 사고를 겪었다. 이로 인해 해신에서 중도 하차되었고, 갈비뼈와 광대뼈가 골절되었고 뇌출혈 증세까지 보인 그는 이틀 안에 죽는다는 선고를 받았지만 다행히 기적적으로 회복되어 목숨을 건진다. 그는 한 팟캐스트 방송에 나와 이야기했다. 20년 전 사고 때까지 집을 3채를 살정도로 어느 정도 부를 축척해 왔었지만 사실 하루하루가 기대와 셀렘보다 우울과 지침의 연속의 나날이었었다고 회고했다. 기적적으로 회복되는 동안 그는 많은 생각을 했다. 우울한 안정보다 기대와 설렘의 삶을 살기로 선택한다. 그는 여행이 주는 행복의 반이상은 여행 가기 전의 기대와 설렘이라고 생각하며, 그 방법으로 첫 번째로 시도한 작은 선택은 병문안 오는 지인들에게 과일 말고 책을, 특히 시대를 관통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설파하여 공감을 주는 유명한 고전을 가져달라고 요청한다. 그 이후의 그는 독서광이 되어 작가와 사업가로서 승승장구하며 매일매일 기대와 셀렘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고명환은 자신의 삶을 우울한 안정보다 기대와 설렘이 있는 삶으로 선택했다.
큰 선택이든 그 선택에 계획되는 작은 선택이든 그 선택으로 사람은 변하고 그의 인생도 변한다.
최근에 뇌종양 4기 수술을 받은 오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그는 벙거지 모자를 쓰고 있었다. 뇌수술로 인해 머리의 한쪽 부분이 절개가 되었고 항암으로 머리가 빠졌다고 했다. 친구와 3시간 넘게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웠다. 친구는 뇌수술로 아주 약간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는 듯했지만 대화에는 문제가 없었다. 초등학생 딸과 아들을 둔 한 집안의 가장으로 대화 중 인상적인 내용이 여러 가지 있었다. 그 친구는 활동적이고 성실한 친구로 나와 축구도 많이 하고 개그맨 시험 최종까지 여러 번 간 유쾌하고 쾌활한 친구이며 잘 웃는 친구이다. 그는 본인이 잘 울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뇌암 4기 판정을 받고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으며, 집에 돌아오면서 펑펑 울었고, 3~4일을 눈물로 보냈다고 했다. 병을 발견하긴 전에 와이프와 사이가 좋지 않아 이혼도 약간 생각을 했다고 했다. 병을 발견하고 한 달 후 그는 뇌수술을 받고 깨어나서 병원에서 퇴원할 때까지 이외로 아이들 생각이 그리 많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옆에서 간호해 준 와이프한테 너무 미안하고 감사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가 세상에 부재할지 모른다는 그녀의 생각과 내가 세상에 부재할 수도 있다는 그의 생각과 상황이 그들을 다시 동여매준 것 같다. 그는 앞으로는 언제 죽을진 모르겠지만 죽을 때까지는 와이프한테 최선을 다하고 충성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눈 빛엔 아내가 신앙이 된 션과 최수종의 눈빛이 언뜻 보였다. 예전에 지금은 은퇴하신 업계선배님이 사석에서 많이 했던 이야기가 친구를 통해 실감이 났다. “진짜 나이 들면 느끼는데 가장 소중하고 감사한 사람은 부모도 자식도 친구도 아니고 평생친구 같은 내 아내다. 젊었을 땐 그 소중함을 모른다.” 친구는 생사를 오가는 투병의 경험으로 20년 후에 느낀 우리 세대의 대한민국 남자의 느낌을 먼저 알고 경험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더.
그는 예전에 못 봤던 친했던 친구들을 모두 만날 계획이라고 했다. 그중에 나도 하나였다. 그 이유가 집에 오면서 나를 무겁고도 가볍게도 했다. 자신은 언제 죽을지 모르니 살아 있을 때 실제로 눈에 담에 두고 싶다고 했다. 그는 병의 영향으로 오른쪽 시야의 절반이 안 보여 이제는 운전을 할 수 없다. 친구와 나는 우리는 모두 인생 2막이라며 서로를 응원했다. 그가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길 바라고 응원한다.
나는 작년부터 마음과 행동으로 나의 일신상의 큰 변화를 가져올 큰 두 가지 선택을 했고, 여기에 한 가지 선택을 더한다.
첫 번째는 작년 말에 나를 지옥까지 몰아넣고 지독하게 괴롭혔던 나의 가장 나쁜 습관을 버리기로 선택했다.
두 번째는 나의 남은 인생의 기대와 설렘의 후반전을 위해 잃어버렸던 사랑의 참된 가치를 마음과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세 번째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 잠을 푹 자기로 선택했다. 숙면은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레스, 술, 담배, 불안은 숙면의 적이다.
나의 큰 선택으로 좀 더 빛나고 재밌고 긍정적인 일신상의 변화가 찾아올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의 선택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 수반되는 반짝반짝 빛나는 하루하루의 작은 선택들도 무수히 많이 행해질 것이다.
당신의 시간은 당신의 선택으로 채워진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George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