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마침표가 아닌, 이어지는 물줄기

by 라온제나

처음 이 기록을 시작할 때, 나는 그저 엄마의 삶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여든넷의 나이에도 단정하게 입술을 바르고,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상을 차리는 그 정갈한 마음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한 편 한 편 써 내려가며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삶은 기적 같은 우연이 아니라, 매일 스스로 선택해 온 작은 습관들의 결이라는 것을요.


가난 속에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고, 막막한 날 앞에서도 원망보다 기도의 무릎을 택했던 사람. 비워진 냉장고 앞에서도 사랑을 먼저 내어주었던 사람. 그 조용한 선택들이 우리 삶을 채워왔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이제 연재의 마지막 문장 앞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것입니다. 엄마가 외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삶의 태도가 내게로 흘러왔듯, 이제는 그 흐름을 다음 세대로 흘려보낼 차례이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동안 내 마음도 함께 정돈되었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던 하루가 조금은 반짝이기 시작했고, 익숙했던 기억들은 새로운 감사가 되었습니다. 엄마의 삶을 기록하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이 부족한 기록을 함께 읽어주시고 마음을 나누어 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삶이 거칠어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단정함으로 오늘을 살아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평범한 하루가 예배가 되고, 작은 선택이 누군가의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는 이제 또 다른 길을 준비합니다. 그 길 위에서도 문득문득 엄마의 목소리를 떠올리겠지요.

“괜찮아. 잘 될 거야. 하나님이 좋은 길로 인도해 주실 거야.”

엄마, 이 글은 나의 마침표이지만 엄마의 삶은 여전히 내 안에서 흐르고 있습니다.

엄마의 딸로 살아갈 수 있어 참 고맙고,

참 행복합니다.
사랑합니다.


[연재를 마치며]
엄마의 삶을 기록한 여정에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다음 여정에도 따뜻한 동행을 부탁드립니다.


월요일 – [열매를 꿈꾸며]
목요일 – [엄마의 부엌에서 배운 인생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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