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간식
봄이 왔다.
집콕하느라 벚꽃이 만발한 줄도 몰랐다. 아들을 꾀어 마스크 무장을 하고 동네 산책길을 가던 중 여기저기를 보며 '와, 봄이다!'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봄이야 오든지 말든지 언제나 가게마다 진열해 놓은 과자들이나 버스가 달고 다니는 영화 광고 포스터 같은 것들에만 열광적으로 반응하던 아들도 몇 주간의 집콕으로 무엇을 느낀 것일까? 가만 내 손을 잡고 내 말을 들어주었다.
버드나무에서 연두 비 내리는 거 같지?
벚꽃은 흰 눈 내리는 것 같고!
정말 벚꽃이 팝콘처럼 보이기도 하네.
그런 그림책 있더라!
좀 붉으니까 딸기맛 팝콘이라고 하면 되겠다.
초등학교 사학년 짜리가 이런 오글거리는 얘기를 다 들어주다니...... 코로나 발 집콕의 위력은 대단하다.
아들이 나의 일방적인 감상평을 듣고 있는데 벚꽃 나무에서 꽃 한 송이가 팔랑~떨어졌다. 녀석이 그걸 받으려고 잽싸게 달려갔다. 놓쳤다. 아들은 나무를 향해 두 손을 모으더니
조금 있으면 또 떨어질 거야!
하며 확신에 차서 기다린다. 바람 한 점 없는데 그게 언제 떨어질 줄 알고...... 쯧쯧. 맘속으로 혀를 차는데
정말 벚꽃 한송이가 통째로 팔랑~! 떨어졌다.
정말 바람 한 점 없는데!
꽃송이가 통째로!
아들은 또 받으려고 폴짝 뛰고.
꽃송이가 또 떨어진다.
아들이 말한다.
엄마, 저 참새 봐!
아들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봤더니 그곳에는 쪼꼬만 참새 녀석이 바쁘게 부리로 벚꽃송이를 따내고 있었다.
팔랑~!
열심히 따서 꿀만 먹고 꽃잎을 던져버리는 것이었다. 그 비현실적 장면은 이렇게 기억에 새겨졌다. 참새가 말한다.
잠깐만 기다려~. 요거 먹고 얼른 던져줄께. 잘 받아~!
참새는 작은 몸을 열심히 움직여 아들에게 꽃을 날렸다. 나는 쯧쯧거렸던 혀를 입 안에 쏙 말아 넣고 아들과 함께 참새가 간식 먹는 모습을 실컷 구경했다. 물론 꽃도 하나 받았다.
봄이다!
구경하느라 사진도 못 남겼다. 하지만 호르몬의 지배를 받아 오락가락 하는 엄마의 봄나들이에 함께 해준 아들의 발견은 엄마 마음속에 사진보다 선명하게 오랫동안 저장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