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약해서도 잘못되었기 때문도 아니다.
나는 안다.
당신이 얼마나 우울하고 끝이 없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지. 아마도 당신이 힘들고 부정적인 감정의 명확한 지점과 사건을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이 불행이 단지 단편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것은 이제껏 경험했던 모든 불행한 감정의 역사이며 당신을 구성하는 불행의 시나리오다. 따라서 무언가가 지나갈지라도 이 지긋지긋한 시나리오는 관객의 의사와 상관없이 영원히 재연될 것이다. 그 뻔한 레퍼토리를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는 무력감이 찾아올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깊은 고통과 불행의 역사를 지울 방법은 없다. 오로지 죽음만이 이 고통을 끝낼, 깔끔하고 완전한 해결책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당신의 개인적인 일이 아니다. 당신이 사라져도 불행의 역사는 반복된다. 당신이 특별히 예민하거나 저주받아 생긴 일이 아니다. 그 편집증적 고통이 지속되는 역학은 전 인류가 보편적으로 지녀온 영속적 메커니즘의 일부이다. 그것은 전염되고 전파되며 끌어당겨지고 증폭된다. 유산처럼 대대로 전해 내려 온다.
우리는 모두 인류의 고통을 각자 할당받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마침내 견딜 수 없는 임계치 이상의 고통이 찾아와야 진정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럭저럭 견딜만한 불행이라면 생존에 밀리고 그 여타 우선순위에 밀릴게 뻔하다. 그러니 고통받아 괴롭다면 변화의 기회가 당신에게 왔음을 잊지 말아 주길 부탁한다.
고통스러운 일이 없길 바라는 건 답이 아니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 고통과 자신이 분리되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적이고 불행한 감정은 누구에게나 온다. 중요한 건 불행이 나와 함께해도 그게 당신의 전부가 아니며 그 불행이 당신을 의미하지도 않을뿐더러 불행이 당신의 운명도 아니라는 것이다. 불행은 그저 불행일 뿐이다.
당신은 인류 공동의 유산을 조금 더 많이 짊어지고 있을 따름이며 만일 당신이 고통에도 흔들리지 않고 원래의 자신으로 살아가게 된다면 전 인류적 관점에서 더 많은 기여를 해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건 당신이 강하기에 주어지는 할당량이다. 불행에게 당신의 삶을 내어주지 않길 기도한다.